왜 더 성장해야하나-KDI의 경기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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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개발연구원이 올해 경제전망을 수정, 성장·투자·수출과 국제수지에서 정부계획보다 부진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 같은 수정전망은 정부의 지속적인 악관적 자세와 비교되어 세인의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없다.
경제국면을 판단하는 시각에서 정부측과 민간업계가 자주 견해차이를 보이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최근의 그것은 매우 거리가 먼 차이였다. 안정적 호황국면이라는 기본적 시각에서 경제를 보는 정부측은 현재의 어려움이 수출부진에 따른 일시적·과도적 어려움일 뿐이며 성장의 잠재력으로 미루어 연율7·5%이상의 실질성장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비해 민간업계는 현재의 경제여건이나 투자환경, 투자실적으로 볼 때 성장과 국제수지의 목표는 물론 성장의 장기적 잠재력까지 낙관할 수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번 KDI의 새로운 수정전망은 민간업계의 경기판단에 보다 근접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실질성장률의 수정전망인 연6·8%는 절대치로 보아 저성장은 아니며 국제수지의 수정전망도 국내적으로 대응하지 못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국제수지개선이란 면에서만 본다면 보다 견실한 성장정책이 더 선호돼야할 측면조차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작년 하반기 이후 지속되고있는 투자환경의 혼미상태다.
투자지표의 변화는 언제나 있을 수 있지만 지금처럼 추세적으로 투자환경이 불투명할 경우 당장의 경기만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잠재력마저 잠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5차 계획의 연간 목표성장율 7·5%는 단순한 목표이기 전에 연간 50만명씩 늘어나는 신규노동인구의 흡수에 불가결한 필요성장률이기도하다. 따라서 우리의 능력에 다소 부치는 30%의 높은 투자율도 말하자면 필요투자율이 된다.
이 점에서 보면 KDI의 수정전망인 상반기 5·9%와 연간6·8% 성장은 또 다른 고용문제와 연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KDI는 이 같은 경기부진이 수출침체와 투자부진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하고있다.
수출에 대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견해차이가 크지 않아 조만간 대응책이 강구될 것으로 전망되나 최근 수년간의 수출경쟁력 추세로 미루어 단기진흥책보다는 수출산업 전반의 구조적 개혁을 줄기로 하는 장기경쟁화노력이 더 절실하며 이는 구조개선투자와 기술혁신투자로 뒷받침 돼야할 과제다.
민간투자의 부진은 공공투자의 확대로 일시적인 보완은 가능하나 문제의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중요한 것은 총투자율자체가 아니라 기술개발과 생산성증가가 수반되는 설비투자다. 이 점에서 볼 때 최근의 민간투자환경은 결코 바람직한 상태가 아니다. 통화정책의 운용을 견실히 하고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일이 주요정책과제임에는 분명하나 그 과정에서 필요 불가결한 민간의 설비투자마저 위축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것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경직적 긴축일변도나 분별없는 확대정책이 아니라 수출과 국제수지에 대응하면서 침체되어 있는 설비투자를 회복시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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