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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본질 살리며 회화성에 충실|변종하 도화전을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변화백의 이번 작품전은 종래의 일반적 도화의 타성을 일신하는 좋은 예가 되고 있다. 그림이 도자기의 표면을 장식하는 부수적 요소로 이용된 것이 아니라, 변화백의 경우에 있어서는 마포 대신 도자라는 캔버스 위에 묘사했다는 편이 알맞다.
재질과 제작방법에 있어서는 전래의 도자 기법에의 거했음에 틀림없지만 그 나타난 결과는 다분히 회화적인데 치중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그의 회화작품은 화폭의 표면에다 凸凹을 즐겨 구사해왔다.
뿐더러 대형의 벽화를 제작함에 있어 판각한 위에 채색을 올리는 특이하고 독자적인 표현양식을 창안해서 자부해왔다. 그 제작공정은 그린다는 단순작업이 아니고, 치밀하게 계산된 공법을 수반하게 마련이었다.
그러한 일련의 작업 경험이 이번 그의 도화작품에 상당히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변화백은 수년전 도화를 계획하던 초기에는 백자태토의 접시에다 곱살하게 반양각하고 청화로 배색을 까는데 그쳤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철분이 함유된 도토를 자유롭게 이용하면서그림의 주소재를 백토로 분방하게 첩묘하는 기법까지 발전시켰다. 또 백토분장을 한다든가 느릅나무 재의 청자유를 입히기도 하였다.
그러니까 백자와 분청사기와 청자의 기법을 두루구사한 셈이며 흑백상감과 철채와 신사의 발색 문제도 여러 모로 시도하였다.
그런데 놀랍게 여러가지 전통도자기법이 그의 회화적 표현감각에 알맞게 맞아 들였다. 인물·새·꽃이다 익살스럽고 구수하고 즐겁다.
물론 이번 도화는 지름50cm 내외의 대형 접시에 국한시켰다. 즉 기형 그자체는 일체 관여하지 않으려는듯 도공에게 맡겨버린 것이다.
그처럼 도예의 1차적 본질을 건드리지 않고 회화성에 충실하면서도 그의 이번 도화전은 우리나라의 현대도자에 쇼킹한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5일∼5월10일 선화랑>
이종석 (계간미술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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