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쿠바 공산주의 이상 영원할 것" 사실상 고별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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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89)가 사실상 고별 연설을 했다. 카스트로는 19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공산당 7차 당대회 폐막 연설에서 “나는 곧 90살이 된다. 모든 사람에게 그렇듯 시간은 찾아온다”고 말했다.

파란색 아디다스 트레이닝복 상의를 입은 카스트로는 “아마 이번이 내가 이곳에서 연설하는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이라며 “그렇지만 우리가 열정과 존엄을 갖고 투쟁해 나가면 인류가 필요로 하는 물질적·문화적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는 증거로서 쿠바 공산주의 이상은 영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스트로가 모습을 드러내자 동생이자 현 국가평의회 의장 라울 카스트로(85)를 비롯한 1000여명의 대의원들은 “피델”을 연호하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뉴욕타임스(NYT)는 “카스트로가 비록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지만 권좌에서 물러났을 때보다 건강한 모습이었다”며 “종종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최근 수년 간 가장 강렬한 등장이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카스트로의 갑작스런 죽음이 쿠바 정세의 불안정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미국과 국교 회복, 안정적인 권력 승계 등으로 이 같은 우려가 대부분 해소됐다”고 분석했다.

카스트로는 1959년 아르헨티나 출신 혁명가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1928~1967) 등과 함께 풀헨시오 바티스타의 친미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공산정권을 수립했다. 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미국의 오랜 금수 조치 등을 견디며 반 세기 넘게 쿠바를 통치하다 2006년 동생 라울에게 정권을 넘겼고, 2008년 모든 공식 직위에서 물러났다.

이번 당 대회에서 쿠바 공산당은 지도부 활동 연령 상한 추진 등 권력분점과 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라울 카스트로 제1서기 등 현 지도부의 연임도 승인했다. 또 사유제 도입 등 체제의 급격한 변화가 없을 것임을 천명했다.

NYT는 아르투로 로페즈 레비 텍사스대 교수를 인용해 “쿠바 젊은이들이 개혁·개방과 권력분점을 원하는 상황에서 이번 당 대회 결정은 ‘한 발은 가속 페달에, 한 발은 브레이크에 올려놓은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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