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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국 프리즘

한·일 갈등 매듭 지자체가 풀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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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시비가 전 국민을 분노케 하는 가운데 여기 춘천시민들은 그런 일본의 억지 주장에 더욱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춘천시는 시마네(島根)현 조례 통과 후 일본의 3개 자매 도시와의 교류행사 및 실무회의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선언했다. 춘천은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많은 일본인 관광객이 찾고 있는데 정말 비장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일본인들의 방문을 막겠다는 뜻은 아니나 그들의 대거 방문으로 춘천이 누릴 어떤 이익도 국익에 앞설 수는 없음을 결연히 다짐한 것이다. 특히 한.일 정상회담 유치를 밝힌 바 있는 춘천시로서는 더더욱 아픈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춘천시의 대일 교류중단 선언은 국내보다 일본에서 크게 보도됐다고 한다. 보도를 본 많은 일본인이 '한류'의 본고장인 춘천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소식이다. 그 점에서 춘천시의 태도는 독도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을 일본 사회에 극명하게 전달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춘천시에 이어 강원도 또한 자매관계를 맺고 있는 돗토리(鳥取)현과의 교류 중단을 선언했는데 이에 지역주민들도 별다른 이견이 없다는 소식이다.

독도 문제가 불거지자 중앙무대의 한 지식인은 "일본의 '촌것'들이 저지른 짓"이니 우리도 그야말로 '촌것'들이 나서는 것이 마땅하다는 내용의 격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우리의 지방들은 그런 목소리에 응답이나 하듯 이렇게 국가이익을 위한 첨병의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심지어 부산시의 공무원노동조합은 시청에서 열린 어느 한.일 민간교류 행사장에 '일본인 시청 출입 반대' 피켓을 내걸었다고 하니 '빗나간 반일'이라는 지적에 앞서 그 우국충정만은 충분히 느끼고도 남는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찌 지방에만 애국심이 흘러넘치는 모습인가. 중앙의 사람들은 현명함이 지나쳐서인지 상대적으로 차분히 관망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방이 자신의 이익까지 접으면서 격하게 나서는 것은 국가적 전략의 일환인지 아니면 '촌스러움'의 표출인지 이해가 쉽지 않다. 이는 분명 자연스럽지 않다.

지방의 확실한 나라사랑이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다. 다만 지방은 차제에 지방 차원에서 무엇이 나라를 위한 것인지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역사 속에서 우리와 일본 사이에는 긴장과 협력관계가 늘 교차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은 세계화의 시대가 아닌가. 그런 점에서 지금이야말로 지방이 오히려 민간.문화교류 등을 통해 한.일 양국 관계에 튼튼한 다리를 놓는 역할을 새롭게 가다듬는 것도 하나의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실로 애국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는 지방이 '촌것'을 면하면서 스스로 나라의 중심으로 설 수 있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특히 많은 일본인이 찾고 있는 춘천의 경우는 긴 안목에서 더 큰 나라 사랑을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진장철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