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의장 "정치 지도자 70세로 연령 제한 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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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사회주의 국가에서 최근 개혁개방에 속도를 내는 쿠바가 '젊은 피' 정치인 수혈에 나섰다. 쿠바에선 1959년 사회주의 혁명에 참여한 70∼80대 원로 혁명가들이 여전히 정치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라울 카스트로(84)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제7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정치 지도자의 활동 연령에 상한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7일 보도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당 중앙위원회에서 활동 가능한 상한 연령을 60세, 당에서 직책을 맡을 수 있는 연령은 70세까지로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쿠바 공산당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목적"이라 설명했다. 그는 "65세나 70세가 된 사람들은 중요한 활동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중요한 지도자 활동에는 맞지 않는다. 고령의 간부들은 쉬면서 손자 손녀를 돌보라"고 말했다. 쿠바는 혁명 세대가 수 십 년간 장기 통치해왔다. 라울 카스트로의 친형 피델(90)은 2008년 병환으로 물러나기 전까지 49년간 쿠바를 통치했다.

연령 제한을 하기 위해선 쿠바 공산당의 내부 규정이 개정돼야 한다. 카스트로 의장은 "인민의회(입법부 격)의 승인을 얻어 연령 상한을 정부 전체로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향후 수년 내로 이를 위한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연령 상한을 두는 새 규정은 쿠바의 다음 전당대회가 열리는 2021년 도입될 전망이다. 법이 개정돼도 나이 상한선을 이미 넘긴 공직자들에겐 적용되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카스트로 의장 본인은 5년 중임제에 따라 2년 뒤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정치 지도자의 연령 제한에 관한 논의가 이뤄진 건 쿠바가 처음은 아니다. 인도·중국을 합쳐 '친디아'라는 단어를 만든 인도의 정치가 겸 경제학자 자이람 라메쉬(62)는 2014년 "인도의 의회 지도자는 70세에 은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중국은 2002년 이후 ‘칠상팔하(七上八下)’란 불문율이 지켜져 왔다. 이는 중국 당대회 시점을 기준으로 만 67세면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수 있지만 68세면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은 1980년부터 간부급 인재의 ‘연소화(年少化)’ 를 제안했다. 중국에서 차관급은 60세, 장관급은 65세가 정년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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