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에 목숨 거는 테슬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75호 18면

일러스트 강일구

세계 자동차왕국, 예전에는 미국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이다. 지난 한해 중국은 2460만 대의 자동차를 사서 1750만 대에 그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자동차시장의 왕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전세계 자동차 백화점일 뿐이다. 세계 최대의 시장이지만 중국산 자동차비중은 41%에 불과하고 세계에서 자동차 잘 만드는 독일·미국·일본·독일·한국·프랑스 등의 내노라 하는 메이커들의 경연장이다.


연 평균 자동차 2000만대 팔려4인 가족의 소득을 합쳤을 때 차를 1대 살 수준이면 자동차 시장은 소비가 폭발하는 자동차 대중소비시기(motorization)를 맞는다. 중국에는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를 넘는 성이 10개가 넘는다. 베이징·상하이·텐진 등의 3대 도시는 한국과 같은 2만 달러대 수준인데 그 인구만해도 한국 전체 인구보다 많은 6000만 명이다. 중국 대도시는 이미 자동차 소비 대폭발 시대에 들어섰다. 최근 6년간 중국은 1억2000만 대, 연평균 2000만 대의 자동차를 샀고 지금 중국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1억7200만 대에 달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규모에서 주요 2개국(G2)이지만 전 세계 부자순위에서도 세계 2위다. 한국은 자동차 10대 지나가면 1~2대가 벤츠·BMW·아우디지만 중국의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는 지나가는 차 10대 중에 6~7대가 세계적인 명차다. 중국의 자동차 구매력이 이 정도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6년간 1억2000만 대의 자동차를 산 것은 좋았는데 자동차가 내뿜는 엄청난 매연이 문제였다. 사람 다리 편하자고 산 자동차가 사람의 폐와 심장을 공격한 것이다.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중·북부지역은 면적으로는 중국 국토의 7분의 1이지만 중국 경제의 절반을 담당하는데 독성 스모그로 이들 지역의 경제가 마비될 지경이다.


1000년 수도 베이징을 스모그 때문에 남쪽으로 천도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을 정도다. 처음에는 공장 매연을 주범이라고 생각해 베이징 주변 500㎞ 반경 이내 전통 산업을 이전시키기도 했지만 스모그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주범은 공장 매연이 아니라 자동차 매연이었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푸른 하늘은 이젠 국경절이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같은 국가 중요행사 때 인공강우로 하늘을 청소할 때나 볼 수 있는 희귀 현상이다. 모토라이제이션도 좋고, 편한 것도 좋지만 당장 국가 지도자부터 어린 아기까지 폐와 심장에 문제가 생기자 중국 정부가 발벗고 나섰다.


자동차 수요에 대한 인민의 열망을 꺾기는 어렵고, 대신 연기 안 나는 자동차를 대대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중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를 기회로 중국 정부는 석유 먹는 자동차는 안방을 홀랑 내주었지만, 전기 먹는 신에너지 자동차는 중국 내수를 기반으로 세계를 제패할 전략을 세웠다.


중국, 전기차 세계시장 점유율 38%로 1위어떤 것이든지 13억의 산수가 들어가면 무조건 1등이고, 뭐든 13억으로 나누면 별 것 아닌 곳이 중국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단박에 일을 냈다. 중국에서 1년이 한 달이 되는 일이 지난해에 벌어졌다. 2015년 12월 한 달 만 9만9000대를 생산해 2014년 연간 전기차 생산대수 9만4000대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2015년에 중국은 전기차 38만5000대를 생산했다. 지금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38%로, 미국의 21%를 가볍게 넘어선 세계 1위다.


기술은 시장을 못 이긴다. 중국은 전기차의 후발주자였고 전기차는 스모그의 부산물이지만 거대한 시장을 배경으로 급성장했다. 중국은 석유차의 전 세계 백화점이지만 전기차의 종주국이다.


전기차는 전통 석유엔진보다 간단한 구성으로 유지보수 비용은 10분의 1이고 스마트폰과 연결한 무인자동차 운전시스템과 연결성도 뛰어나다. 또한 신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었을 때 전기자동차가 이를 보관하는 저장고로 스마트그리드의 최종 단말기 역할도 할 수 있는 등 강점이 많다.


그런데 전기차 산업의 발전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시장규모, 전기차 표준, 충전소, 그리고 정부의 보조금이다. 그리고 자동차의 엔진을 대신하는 배터리 원가다. 그런데 이 여섯 가지 요건에서 중국의 전기차 산업 환경은 세계 최고다.


3000만~4000만원대의 보급형 전기차는 가격의 40~50%가 배터리 값이다. 중국은 배터리의 원자재로 쓰이는 희토류 금속의 최대 생산국이다. 서구의 표준과 충전소는 돈이 안되면, 그리고 업체 간의 이해관계가 걸리면 조정이 어려운 반면 중국은 주요 자동차회사와 충전소를 설치하는 중국전망(中?電?)이 모두 국유회사인 만큼 정부 지시만으로 바로 통일된다. 게다가 정부 보조금이 전기차산업의 활성화의 관건이다. 중국 정부는 전 세계 정부 중에서 재정 건전성이 가장 뛰어나 보조금 지원규모가 가장 크다. 미국과 유럽·일본은 정부가 빚이 많아 보조금을 많이 주고 싶어도 못 준다.


올해만 전기차 60만대 생산 목표중국 정부는 배터리와 전기차 시장에서도 만리장성을 쌓아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업체가 강점인 리튬인산철(LFP) 방식 배터리 탑재 전기버스에는 보조금을 준다. 반면 중국업체가 생산하지 않는 삼원계 방식 니켈카드뮴망간(NCM) 배터리의 경우 밀도가 높아 오랜 시간 쓸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발화점이 낮다며 안전성을 핑계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했다.


중국은 공공기관 신차의 절반 이상을 전기차로 구입하도록 지시했고, 전기차 보조금도 중국내 생산차량에만 적용해 수입차의 시장 진입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전기차 산업에서 확실한 국산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 파나소닉과 손잡고 미국에 세계 최대의 배터리 공장을 짓는 전기차 업체의 선두인 테슬라도 중국 쑤저우에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테슬라 차량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중국 내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중국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서비스 센터를 만들고 ‘수퍼 차저(super charger)’로 불리는 전용 무료 급속 충전기를 까는 한편 배터리 교체 서비스도 도입하는 등 중국 시장 공략에 ‘올인’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친 만리장성 덕분에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거침이 없다. 올 2월 통계 기준으로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2만2000대 수준인데, 이는 중국을 제외한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7806대)·일본(4475대)·노르웨이(3555대)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큰 규모다. 중국은 2016년에 60만대, 2018년에 121만대, 2020년에 20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의 확실한 종주국은 자동차 생산대국 일본도 아니고, 자동차의 원조국이었던 미국도 아닌, 중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병서?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