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68) 제82화 출판의 길 40년 「한국기독교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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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조선어로 기독교 서적과 전도지와 정기간행물의 잡지류를 발행하여 전국에 보급하기 위하여 조직된다.
이것은 1910년에 제정된 한국기독교서회의 헌장에 나타난 설립목적이다.
이처럼 한국기독교서회는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를 전도하는 방법으로 이른바 문서운동을 펴는 기관이기 때문에, 일반출판사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기독교서회가 창설 이래 우리나라의 근대문화운동에 있어서 출판을 통하여 펼쳐온 업적은 높이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이 서회가 창설된 날은 1890년 6월26일, 그러니까 95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셈이다. 그러므로 한국 현존 출판사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으며, 그런만큼 출판실적도 대단하다. 이장직교수가 쓴 『대한기독교서회 100년사』를 보면 책전체가 4백96면인데 이 가운데 2백1면이 그동안이 서회가 발행한 도서목록으로 채워져있다.
이 도서목록의 책들은 성격상 계획출판물과 위탁출판물 등 크게 두 부류로 나뉘고, 이것을 다시 종교서와 교양서로 구분해 놓고있다.
나는 이 서회의 현총무인 성갑식씨에게 계획출판과 위탁출판이 어떻게 다른가를 물었다.
계획출판이란 서회가 독자적으로 자기책임하에 출판하는 것이고, 교계 또는 외부인사로부터 위탁받아서 출판하는 것이 위탁출판이라고 했다. 위탁출판의 경우 출판경비나 수수료를 위탁자로부터 받아서 출판하게 되는데, 책이 발간되면 정가의 60%로 서회가 인수하여 총판을 맡아서 보급까지 해주는 것이 관례라고 설명하고 있다. 1백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출간된 도서의 목록을 정리한다는 일이 서회로서는 매우 어려웠던 모양이다. 목록에서 계획출판한 종교서의 종수를 세어 보았더니 번역이 9백28종이었고 국내서가 3백9종이었다. 교양서는 저서·역서 모두 합쳐 2백67종. 성총무의 말에 따르면 자료의 불비로 목록은 완벽하다고 할수 없다는 것이었으니 출간된 도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았다고 할수 있겠다.
위탁출판도서의 목록에 오른 숫자는 종교서적 3백39종, 교양서적 1백43종, 주일공과 l백31종, 찬송가 14종, 정기간행물 14종, 전도지 2백98종이다. 따라서 이 목록에 나타난 도서의 총계는 2천4백43종에 달한다.
순수종교서 가운데 최초의 번역 출판은 1890년에 간행된 『성교촬리』로서 「G·존」과 「H·G·언더우드」 공역. 국내 저작도서로서는 1896년 간행된 노일평의 『사 의 모범』. 최초의 교양서적은 1903년에 간행된 「E·M·밀러」의 『산수』의 번역서다. 교양서적의 목록을 대략 훑어보자. 『속병 다 리  법』 『회츙을 삼갈 것』 등 설학서가 많고 『조선어 공부책』 『이솝우언』 등도 눈에 띈다. 1920년대까지는 소학교 저학년 수준의 내용들이었는데, 해방후부터 1960년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저명한 인문사회계 도서들을 많이 번역·출판하여 젊은 층을 위한 도서의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렇듯 그 출판의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은 「본회는 기독교에 관한 제반 서적과 일반 문화사업에 공헌할 도서를 간행하여 본회에 가입한 단체의 출판사업의 대행기관도 될 수 있다」고 그 헌장 목적을 개정한 것에 배경을 두고 있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의 출판물 가운데서 롱베스트셀러는 단연 찬송가와 성경이 1위를 랭크한다.<정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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