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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고나라 이용 찜찜했나요…경찰과 연결된 앱 만들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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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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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큐딜리온 대표가 중고나라 로고 모형을 손에 들었다. 로고는 ‘나누고 더하는 우리들의 커뮤니티’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진 김현동 기자]

“중고나라 이용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사기꾼 때문에 겁난다’는 말이었어요. 운영자인 저도 아이패드 살 때 굳이 경기도까지 가서 직거래했었죠. 이 때문에 법인으로 전환했고 모바일 앱도 출시합니다.”

J가 만난 사람
언론과 처음 만난 이승우 대표
중고품 중개 넘어 정보 교류의 장
회원 1442만명, 국내 1위 카페로

중고나라를 운영하는 큐딜리온의 이승우(39) 대표는 15일 경찰청과 연계한 중고나라 애플리케이션(앱)을 공식 출시하는 등 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벤처 캐피탈 등 외부 투자를 받고 또 해외 진출까지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기 거래’라는 암덩어리를 그대로 놔둬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다. 2003년 중고나라 개설 후 13년만에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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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는 국내 1위 중고물품 거래 카페다. 하루 방문자만 492만 명이다. 등록되는 중고물품만 하루에 10만 건에 달한다. 가입자수는 1442만 명으로 전 국민(약 5100만 명)의 28%에 달한다. 하지만 그동안 누가, 어떤 방식으로 카페를 운영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원인은 의외로 단순했다.

이 대표는 “방문자 수와 거래 물품은 한국 최고지만 여기저기 자랑할 정도로 수익은 많지 않아 공개도 꺼린 것”이라고 말했다.

큐딜리온은 한 달에 배너광고 1억원 이하, 공동구매 5억원 등 약 6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여느 유통기업과도 비교할 수 없는 ‘스타트업’ 수준이다.

이처럼 매출은 적지만 중고나라는 벤처캐피탈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유안타증권이 20억원, 벤처캐피탈 슈프리마 인베스트가 20억원, 개인 엔젤투자자가 40억원 등 80억원을 투자한 것도 중고나라의 전망을 밝게 봤기 때문이다.

아직 수익 구조도 명확하지 않은 중고 물품 사이트에 80억원이 모인 것은 순전히 ‘콘텐트’ 때문이다. 중고나라에는 단순히 중개물품만 올라오는 것이 아니다. 물건을 하나 올려놓으면 댓글 수십개가 몇 시간 만에 달리면서 논쟁이 붙는다. 국산차 카테고리 등 네티즌끼리 정보공유가 활발한 게시판은 아예 카테고리별 물품게시판 위에 ‘자유게시판’을 따로 두고 있다.

이 대표는 “단순히 중고 물품을 판매 중개만 했다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네티즌들끼리 중고물품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주고 받을 공간이 없었다는 점이 셀링 포인트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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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는 이 대표 등 3명의 창업자가 지난 2003년 12월 설립했다. 애초부터 다른 여느 대형 온라인 카페처럼 중고나라도 ‘노가다’(막노동 하듯 반복적으로 많은 글을 올리는 것을 빗댄 말) 과정을 거쳤다. 다른 카페의 글을 퍼와서 중고나라 게시판에 올리거나, 자신의 카페를 타 카페에 소개하는 방식이다. 유머 카페의 게시물과 달리 개인과 개인의 판매행위라 일일이 e메일을 보내 게시 허가를 받아야 했다. 쇼핑몰을 운영하던 이 대표 역시 하루를 쇼핑몰 반 중고나라 반으로 나눠 썼다.

100여 가지 중고 물품 카테고리별로 나뉘어 있는 게시판 관리도 중고나라의 노하우다. 이 대표는 “매일 수백건이 넘는 불평불만을 읽으면서 꾸준히 카테고리를 정교화했다”고 말했다. 국산차라면 자유게시판을 경차·소형차, (준)중형차, (준)대형차, 스포츠카, 오토바이 125cc 초과 등 종류별로 나눈다. 또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수입차는 BMW·메르세데스-벤츠·아우디 등 브랜드별로 나누는 식이다.

하지만 중고나라 하면 아직까지 많은 네티즌들은 ‘사기 거래’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건 중고나라의 치명적 약점이다. 엉뚱한 물품을 배달하거나, 아예 돈만 가지고 튀는 사기거래가 중고나라 카페를 통해 횡행했기 때문이다. 중고나라가 회사를 법인화한 것도 사기 방지 이유가 가장 컸다.

이 대표는 “사기를 막으려면 조직이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간 1만건(중고나라 운영진 신고 건수 기준)에 달하는 사기 관련 각종 신고를 운영진 8명과 전담상담원 6명이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올해 설 연휴 때만 하더라도 암표 때문에 고민하다가 결국 1월19일(예매 시작일)~2월10일까지 기차표 거래를 아예 금지시켰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든 것도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기존에는 누구나 개인 인증 없이 사용하는 네이버 카페를 통해서만 물품이 오고갔지만, 중고나라 앱에서는 경찰청과 연계한 개인 인증을 진행한다. 스마트폰 앱으로 올린 중고거래 게시물의 아이디를 누르면 경찰청 서버와 연동돼 최근 3개월 내 사기로 신고됐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앱으로 올린 중고게시물은 네이버 카페에도 올라간다.

하지만 당장 기술적으로는 완벽하게 사기 거래를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회원 정보 수집에 민감하고 또 사기 게시물을 엄격히 규제를 하지 않는 네이버 내 카페라는 한계 때문이다. 네이버는 카페의 게시물에 접근하는 소스코드 조차 공유하지 않는다. 반면 사기꾼들의 기술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 미얀마·베트남 등 해외 진출 박차
사기 거래 근절 위해 전담팀 설치

이 대표는 “경찰과 협업해 사기를 최대한 줄여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그동안 부진했던 중고나라의 매출 증대에도 나선다. 중고나라 모바일앱에 광고를 붙이는 한편, ‘중고제품 직매입’ 사업에도 들어간다. 컴퓨터·고철·헌옷 등 중고거래하기에는 애매한 ‘애물단지’들을 구매해 적절한 매입처에 판매하는 사업이다. 냉장고나 가구 등 부피가 커서 개인이 판매하기 어려웠던 대형 중고품도 취급한다. 올해 상반기 중 직매입 사업도 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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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중고나라의 동남아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캄보디아의 최대 포털인 ‘크메르24’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자동차·PC 등 생활용품에서 건물·구인구직 등 다양한 개인간 거래가 주된 콘텐트”라면서 “동남아 지역 개발 도상국에서 중고나라의 노하우를 활용해 볼 기회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와 베트남 등을 오가면서 현지 중고시장을 분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르면 2018년쯤 동남아와 한국·중국 등을 잇는 영어 기반 중고물품 중개사이트를 론칭할 예정이다.

글=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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