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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민총재의 관훈클럽 일문일답| "두김씨의 수렴청정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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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민우신민당총재가 12일저녁 관훈클럽초청토론회에서 토론자인 송효림한국일보논설위원,이동화서울신문정치부장, 최낙동경기신문경제부장, 김철동동아일보정치부기자와 나눈 일문일답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민당으로서 평화적 정권교체의 구상은 무엇인가. 이총재는 대통령직선제개헌이 이뤄지면 전두환대통령이 다시 출마해도 좋다고도 말하는등 개헌문제와 관련해 갈지자를 걷고 있다는 느낌도 있다.
▲민정당정부는 안정을 깨뜨리는 개헌은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한마디로 지난 총선거에서 나타난민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해방후 40년의 짧은 역사에 이승만 박정희 두대통령 모두가 불행한 최후를 맞았다. 전대통렁은 획기적인 민주화를 해서 이 나라의 역사적 인물이 돼야겠다.
불행한 결말의 악순환이 계속되면 그분 개인적인 불행일뿐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민주국가에서는 대통령이 잘못하면 물러나라는 소리도 할 수있고 과거 7대국회때 야당은 대통령불신임을 물었던 일도 있다.
그런데 대통령문제를 거론했다해서 야단법석을 떠는 그자체가 민주주의를 잘모르는 사람들의 행적이다.
전대통령이 직선제 개헌을 하고 다시 출마해도 무방하지 않느냐는 내주장을 갈지자라고 하는데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화적 정권교체의 결의를 갖고 헌법을 개정한다면 물러나는 사람이 과연 나올수 있겠느냐 생각되지만,어떤 사람이 다시 나오든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내 그동안 발언에 대해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대통령선출은 국민의 고유한 권리다.
정가일부에서는 이총재가 당의 관리자이며 장외에서 수렴청정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김영삼 김대중씨와의 관계는.
▲두분과 나는 오랫동안 야당에서 같이 투쟁했고 이 나라 민주회복을 한다는 공동의 입장을 갖고 있다.
몇번 천명했고 두분에게도 여러차례 얘기했는데 두분과 나는 같은 목적을 가진 동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라는 사람은 때로는 물렁물렁한 사람 같으나 원리에 어긋나면 단호히 거부하며 원리에 입각해 모든것을 처리해나가는 사람이다.
-보수노선의 신민당은 지난선거에서 학생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는데 외채를 종속론으로 보고 급진적 배분을 요구하는 이들의 주장을 어떻게 수렴할 것인가.
▲학생들이 경제정책면에서 조금 급진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상이며 그것을 실전에 옮기는 것이 정치다. 현실은 분명 이상과 다른 점이 있다. 우리는 그 이상의 실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동교동이니, 상도동이니하는 신민당의 계보정치가 지방색을 바탕으로 하고있는데 그런 계보를 생산적으로 보는가, 맹당적으로 보는가.
▲동교동 상도동 운운하지만 충분한 토론과 의견제시로 결정하고 결론이 나면 일사불란하게 행동하기 때문에 이는 당내 민주주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며 생산적이라고 본다.
-제5공화국의 다당제정치구도가 변해 양당제화함으로써 정치적소용돌이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는 국민들의 염려를 해소할 방안은.
▲양당제가 불안하다는 얘기엔 동감할수 없다. 18년간의 박정권하에 뿌리내린 보수 양당제를 현정권은 정권유지를 위한 방편으로 다당제로 만들었으나 이는 민주주의의 후퇴를 초래했다.
강력한 여야가 있어서 국민들이 어떤 경우에라도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또 언제라도 정권교체를 할수 있다는 바탕을 마련할수 있다면 이 나라에 안정을 가져올 것이다. 다당제하의 정당은 제도권의 분파세력일 뿐이었다.
-직선제개헌을 추진하면서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후보로 나올의사가 있는가.
▲지금까지 내가 뭘해야겠다, 돼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우연찮게 야당총재가 됐으나 (웃음) 대통령후보가 되겠다고 생각해본 바가 없으며 내가 민주화를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민한당의원들의 신민당 대거입당을 지켜본 국민들중에는 80년대 3김시대의 재판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갖는 사람도 있는것 같다. 분단상황에서 군의 정치세력화를 어떻게 보는가.
▲당시 3김이 경쟁했기 때문에 혼란했다는 생각엔 동감하지 않는다. 고박대통령이 5·16을 통해 집권한뒤 한동안 경제성장을 해오다 장기집권을 위한 유신헌법을 만든것이 불행한 결과를 초래했다. 개인이 자기 욕심 때문에 개인은 물론 국가와 민족까지 불행한 일을 해서는 안된다.
10·26이후 5·17까지 사이를 혼란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그렇게보지 않는다. 당시 헌법개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태였는데 혼란을 빙자해서 그들이 나선것은 잘못이다.미·일등 선진국에서도 선거때는 다소 혼란스럽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군대가 막바로 정치에 뛰어든 예는 없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은 여야가 극한대결을 함으로써 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경제불안을 감수할수 있다고 보는가
▲나는 의회민주주의 신봉자다. 극한대걸이나 격돌보다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여당도 힘에 의해 끌고가려는 생각은 없는듯 하다.
지난번 전대통령을 만났을때 『힘으로 해결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고 했다.
심지어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과도 통역을 통해 대화하는데 우리민족끼리 대화를 못나눌게 없지않느냐고해 앞으로 대화를 통해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뜻으로 보여 적이 안심했다. 이번 국회에선 대화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굳게 하고 있다.
-야당은 변혁기때마다 강력한 정치세력으로서의 구실을 못했다. 야당이 반성해야할 점과 변혁기가 다시 올때의 대비책은.
▲다 알면서 40년 역사를 모르는 사람처럼 물으니 어떻게 답변해야할지 모르겠다. 5·16
당시의 배경을 설명하라는건지, 아니면 우리더러 군대와 총칼 들고 싸우라는 건지...
-신민당이 제1야당이지만 정권담당능력이 없다는 비판이 있다. 특히 여당이 미사일이라면 야당은 소통수라고도 비유된다는 점에서 야당의 수권능력을 걱정하는 사람 들이 많다.
▲박정희씨가 정권을 잡았을때 아무도 그의 경륜이나 집권능력을 확신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5·17후 전대통령이 정권을 맡았을때도 그분이 잘해내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군대가 아닌 정치인들이 여야로 나뉘어서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마련했으면 훨씬 잘했으리라 본다. 안정을 내세워 정보와 국가기밀을 통제했으니 야당이 정보에 어두운것은 당연했다. 국민의 눈을 속이기위해 안정을 강조하려는 때문이다. 그러나 안정은 국민이 정권을 믿는데서 나오는 것이며, 우리의 민주회복투쟁도 국민이 안정되고 자유롬게 살기위해 하는것이다.
-국가관과 인생관은.
▲우리 야당은 어느 누구보다도 건전한 국가관을 가지고 있다. 해방이후 공산당과 일관된 투쟁을 해왔다. 나는 개인보다는 소속정당을, 정당보다는 국가를 위한다는 신념을 갖고있으며 이몸이 국가를 위해 보탬이 된다면 족하다는 자세로 살고있다. 인생관은 분수에 맞지않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욕심이 있다면 살아선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않고 죽어서도 자식들이 「아무개 자식」 이 아니라 「아무개 자제」 라는 소리를 듣는것 뿐이다.
-현정부의 경제정책중 잘한것과 잘못한것읕 말해달라.
▲나는 이 정권이 하는 일에대해 무엇보다 민주정치하라는 얘기밖에 다른얘기는 하고싶지않다. 과거 공화당이 새마을운동을 주창할때 농촌발전을 생각해온 나는 우리당이 새마을지도자라는 조직을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며 반대하는것을 농민을 위하는 일이라고 주장, 결국 당에서도 찬성을 하게한적이 있다. 따라서 나는 민주회복을 이루자는것 외엔 이자리서 비판하고 싶지않다.
-민한당 대한 지난4년간의 정치적 평가를 해달라.
▲민한당에 있던 동지들이 민심을 파악,용기률 가지고 우리당에 입당한 마당에 이런저런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
-김대중씨가 사면 복권되면 양김씨가 입당할지. 그경우 민추와 신민당과의 관계는 어떻게되나.
▲손잡고 입당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선 의정활동과 사회운동이 모두 효과적이므로 민추와 당은 양립하면서 상호협조할수 있다고 본다.
-과거 국회에선 정치의안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다 정작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의안을 허술하게 처리한적도 있다. 앞으로 의회 운영에서 과정과 결과중 어느것을 중시 하겠는가.
▲과거 정치쟁점을 놓고 투쟁하다보니 그런일이 왕왕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힘을 믿는 다수당의 횡포에서 연유한 것이다. 야당때문에 그런것은 아니다.
-공화당정권과 민정당정권의 정치스타일을 비교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말해달라.
▲과거 박정희정권의 경우 초기 10여년동안은 그런대로 잘하려고 했고 철학도 있는 정권이라고 때로는 생각했으며 어려울때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것도 많다. 현정권은 박정권말기의 정권연장책인 유신체제를 조금 수정해 정권을 획득했므니 거기가 거기라는 생각이다.
-광주사태 진상조사는 어떻게추진할 계획인가.
▲원한에 사무친 사람이 많고 국민의 마음속에 맺힌 것이 있는 사건인만큼 진상을 조사해 밝히는 것이 현 정권을 위해서도 보탬이 될것이다. 국회에서 조사특위 구성을 주장할 계획이나 수적 열세로 관철이 안되면 당내자체조사기구를 만들 생각이다. 이밖에 각종 대형사건도 그 전말을 밝혀 국민의 의혹 을 풀어주어야 한다.
-대통령직선제 개헌이 대화로 풀리지 않으면 어떤 방법으로 대처하겠는가.
▲우선 국회에 헌법개정위원회를 설치, 대화를 통해 여러모로 인내심있게 설득할 생각이나 안된다면 이나라 민족의 장래롤 위해서라도 국민에게 직접 호소할 도리밖에 없다. 그 구체적 방법은 질문자의 상상에 맡긴다.
-경찰차에 방화를 하는등 일부 학생 근로자들의 과격한 데모양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1차적 책임은 당국이 과격데모가 일어날수 있는 소지를 설득이나 여러방법으로 막지 못한데 있다. 강제적으로 표현의 욕구를 억누르면 젊은 혈기에 우발적인 행동을 할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민주제도의 쟁취방법도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당부하고 싶다.
-신민당은 전국구인선을 철저하게 헌금액 기준으로 했다. 이들을 어떻게 이념동지화하고
신민당원화할 계획인가.
▲어려운 시기에 여러가지 제재와 감시속에서도 우리당에 협력하고 정치헌금을 했다는 용기가 이미 우리와 정치이념적으로 하나가 됐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국의 민주화에대해 야당총재로서 미국정부에 하고싶은 말은.
▲사대주의적으로 이래달라, 저래달라 하는 말은 내 자존심상 하고 싶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겠으나 미국친구들을 만나면 공산주의를 막겠다는 이유로 자기네 말만 고분고분 듣는 정부만 원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해왔다. 민주화야말로 그나라의 공산주의를 막는 유일무이한 대책이라는 것을 강조해왔다.
-민한당을 탈당해 신민당에 입당한 일부 인사들의 처신은 신의를 저버린 경박한 처사라는 지적도 있는데 .
▲정치인이 갖추어야할 제1요건은 민의의 소재를 정확히 파악, 그것을 과감하게 수렴할즐 아는 태도다. 이점에서 그분들은 훌륭한 결단을 내렸다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두김씨가 대통령후보에 나선다면 어느분이 유력하다고 생각하며 누구를 지지할것인가. (웃음)
▲그것은 나더러 물을것이 아니라 우리당 대의원들에게 물을일이다.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일이 아니다.
전대통령에 대해 인간으로서, 또 정치가로서의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점수를 꼭 숫자로 말해달라.(웃음)
▲요전에 한번밖에 만난적이 없는데 어떻게 인간성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겠는가. 업적에 대한 점수는 나보다 여러분이 매길 일이다.

<해설>현대통령 출마 헌번해석 논란일 듯
직선제 개헌을 하면 현대통령이 재출마해도 무방하다는 이민우신민당 총재의 발언은 현행 헌법정신에 비추어 시비의 소지가있다.
현행헌법 제129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 고 규정하고 있다.
80년10월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에서 정부측은 이 조항을 『어떤 일이 있어도 단임정신을 지키겠다는 맹약이며 헌법을 고쳐대통령을 더 하려는 사람을 용납않겠다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헌법학자중에도 『129조 2항자체를 고치더라도 개헌당시의 대통령은 다시 입후보 못한다』 (김철수) 고 해석하는 사람이 상당수 있다. 물론 학자중에는 129조 자체를 고치면 현행헌법정신에어긋나고 정치적 비판의 대상은 되겠지만 법률적으로 재출마를 못할 이유는 없다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볼때 이총재의 발언은 현행 헌법정신에 비추어 문제가 있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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