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방 모녀 피살체 1주만에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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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1일 하오 8시 10분쯤 서울 화곡 3동 산 l015의 37 김형석씨(36·상업) 집 지하실에 세든 선환기씨(29·대한항공 보안 승무원)의 부인 진혜경씨(25)와 성민양(2)이 숨져 있는 것을 해외 출장에서 돌아온 선씨가 발견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진씨 집 문안에 5일자 이후 신문이 그대로 쌓여있는 점으로 미루어 남편 선씨가 해외 출장을 떠난 4일 하오부터 5일 새벽 사이 진씨 모녀가 살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반항한 흔적과 피해품이 없는 점으로 미루어 면식범의 범행으로 보고 있다.
선씨가 세든 집은 처음부터 세를 주기 위해 집주인 등 5가구가 각각 다른 출임문을 쓰도록 설계돼 있어 1주일이 지나도록 진씨모녀가 피살된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발견=선씨는 지난 4일 상오 7시 50분 KAL 635편에 탑승, 방콕·트리폴리 등 8일간 동남아 출장 근무를 마치고 이날 하오 귀가해 보니 출임문의 손잡이가 안으로 잠겨 있어 드라이버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안방에 외동딸 성민양이 목이 졸려 숨진 채 이불이 덮어져 있었고 건넌방에는 부인 진씨가 하의가 벗겨진 채 머리부분에 피를 흘리고 숨져 있었다.
선씨 집 옆방에 세든 김병예씨(25·여)는 『진씨가 지난 4일 남편의 출국을 공항에서 배웅하고 하오 4시쯤 딸과 함께 둘아온 것을 보았는데 그 이후 불 수 없었고 진씨 집과 연결해 쓰는 전화기에 진씨를 찾는 전화가 여러 차례 걸려 왔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아 대구의 친정에 간줄 알았다』고 말했다.
◇현장=숨진 진씨는 잠옷과 브레지어만 걸친 채 목졸린 후 둔기로 머리를 맞은 듯 했고 허리 밑에는 베개가 반듯하게 받혀져 있었다.
또 안방 장롱 등에는 뒤진 흔적이 전혀 없었고 화장대 위에 있던 일제 캐논 카메라도 그대로 있었으며 성민양이 숨진 안방에만 전등불이 켜져 있었다.
선씨가 세든 집은 지하실 방이 있는 2층 양옥으로 지하실에 신씨 가족과 김씨 가족, 박모씨(29) 등 3가구가 살고 있으며 1층에는 주인 김씨, 2층에는 최영호씨(49·경위·화곡 파출소장) 등 모두 5가구 18명이 살고 있다.
◇피해자주변=숨진 진씨는 82년 5월 중매 결혼, 83년 12월 중순부터 이곳에 전세 8백만원에 방 2칸용 빌어 살아왔다.
◇수사=경찰은 ▲집안을 뒤진 흔적이나 피해품이 전혀 없고 ▲진씨의 하의가 벗겨져 있고 반항한 흔적이 없는 점 ▲옆방에 김씨 등이 살고 있었으나 비명 소리를 듣지 못한 점 ▲남편 선씨가 출국 직후 살해된 점 ▲선씨가 평소 장기간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 집안에 미제 가스총을 준비해 놓고 부인 진씨에게 사용법까지 가르쳐 주었으나 사용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집안 사정을 잘 아는 면식범에 의한 범행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안방 전화기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지문 2개 채취, 감식을 의뢰하는 한편 진씨 모녀의 사체를 국립과학 수사연구소에 부검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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