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회담」실현위한 정치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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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의 돌연한 4·9남북국회회답제의는 정치선전적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시기적으로 5·17남북경제회담, 5·27 남북적십자회담을 앞두고 있는때에 새삼스럽게 정치협상성격의 희담을 제의해왔다는 점이 그렇고, 그들 제의가 남북한 및 미국의 3자회담실현을 위한 여건과 분위기조성에 촛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정치적 평화 공세를 재개하려는 속셈을 갖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6·25직전인 50년6월19일 남북국회연합을 제의했었고 그후로도 4·19민정이양시기, 한일회담반대데모가 격렬하던 시기에 정당 사회단체간의 남북협상회의등을 제의해 남북측의 정치공세를 측면지원하는 역할읕 담당해왔다.
이번 제의도 이같이 북한이 해방이후 이른바 통일전선전략에 따라 10여 차례에 걸쳐 남북 제정당 사회단체대표의 정치협상회의를 제의해 온것과 발상의 맥을 같이하고 있다.
48년4월 김구·김규식선생이 참가한 남북정치협상회의를 찬양하면서 이같은 방식으로 통일문제해결을 주장해온 그들은 최근(83·1·18) 들어서도 「남북 제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 를 제외하고, 주한미군철수률 의제로 하자고 주장했다. 이때에도 남북정당대표들로 구성되는 예비접촉을 갖자고나왔었다.
북한의 이갈은 정치협상주장은 반미 반정부 통일전선 전략전술에 따른것으로 그 촛점은 일관되게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남한의 정치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켜 소위 「남조선혁명정세」을 조성하는데 있었다.
북한측이 제기한 남북국회회담은 50년의 남북국회연합 제의이후는 처음이라고 하겠다. 그들은당시 북측 대표를 서울에 파견하거나 남측대표를 받아들일 용의를 표명했었다.
이번에는 국회연석회의 또는 국회대표단끼리의 대표회담을 제안하고 있다.
연석회의는 최고인민회의에 우리국회의원이 참석하거나 우리국회본회의에 최고인민회의대표가 연석하는 방법도 제안해, 양측이 서로 서울과 평양올 왕래해 국회끼리 회담할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측은 5월초에 실무대표들이 판문점에서 예비접촉을 가지는등 사전협의를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제안은 5·17남북경제회담, 5·27 남북적십자회담읕 앞두고 정치적 선전을 강화함으로써 이 두회담을 퇴색시키려는 의도를 감추고 있는것 같다.
북한측은 국회회담읕 통해 남북관계개선을 위해 불가침에 관한 공동선언발표문제를 협의하자고 회당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국회회담이 당국간 불가침선언채택에 도용을 줄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북한측이 제기하고있는 이른바 불가침 선언이라는 것이 우리측 주장과 내용을 전혀 달리했을뿐 아니라 그들이 내세우고있는 일련의 회담스케줄은 결국3자회담을 다시 주장하자는 결론에 이르고 마는것이다.
북한측은 이번 편지에서 국회회담이 남북관계 개선에 밝은 전망을 열어줄뿐 아니라 3자회담의 실현도 촉진할 것이라면서 남북간에 평화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미국도 응하는데 어려움이 없을것이라고 주장하고있다.
북한측이 종래의 「선 미·북한평화협정체결, 후 남북불가침선언」이라는 주장을 조정,국회회담에서먼저 불가침선언을 채택하자고 한것은 남북국회회담에서 불가침선언을 발표하게되면 남북당국간의 회담을 거치지 않고 3자회담으로 유도할수 있다는 책략을 갖고 있는것 같다.
그러나 국회간의 불가침선언이라는 것은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당국간 선언내지는 협정과는 달라 설령 채택된다고 하더라도 구속력이 없다.
따라서 북한측 제의는 실질적인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힌 것이라기 보다는 대외적 선전효과에 더 역점을 두고있고,결국 남북한및 미국의 3자회담 내지는 미북한회담을 추진하는 명분을 얻으려는 의도라고 봐야할 것이다.
특히 북한측이 협의하자고 요구하고있는 불가침선언이라는것도 그내용에 있어서 우리와 큰차이점을 갖고 있다.
우리측은 실질적으로 남북한간에 군사적 충돌을 배제한다는데 본뜻이 있는 반면 북한측은 주한미군철수를 위한 미 북한간의 평화협정과 남북한의 군축을 기본내용으로 하고 있어 결국 주한미군의 철수와 미국과의 직접협상을 주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북한측의 국회회담제의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이른바 「인민대 인민간의 협상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그들은 이른바 인민민주전선 전략에 따라 정부당국을 배제하고 인민에게 직접적인 호소를 함으로써 정치적 공세의 효과를 최대한 얻을수 있다고 믿고 있는것 같다.
북한측이 이번 제의시기를 한국의 정국개편등 새로운 정치상황에 맞춘것도 그런 저의를 품고있는 것같은 인상을준다.
이러한 제의는 그 진지성에서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측이 편지를 우리측에 직접수교하기로한 시간보다 4시간앞서 방송으로 미리 보도해 버린것도 제의의 실현보다는 그 선전에 본뜻이 있지않나하는 의구심을 갖게한다.
이와 관련해 남북관계 개선같은 중대한 문제는 책임있는 당국이 항상 협상의창구로 나서야 실질적민 결실을 얻을수있다는 점을 지적해두어야 할것같다.
국회회담은 정당·사회단체의 정치협상처럼 구체적인 성과를 끌어내기 힘들고 자칫하면 정치선전장이 될 우려가 있기때문이다.
때문에 여야는 이문제를 충분히 토의하되 국내정치적 이슈화하는것을 절제, 북한에 대해서는 동일한 목소리를 내도록 노력해야 할것이다.
그리고 이문제에 대한 범국회적인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도 12대국회의 개원협상은 가속화 가 불가피해졌다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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