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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남북회의회담」제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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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측의 남북국회회담 제의는 우리에게 당혹감을 주었다.그 제의는 시기면에서 의아스럽고 회담진행의 능률면에서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우선 5월 17일에 경제회담, 28일에 적십자회담을 열기로 합의돼있는 상태에서 새로이 국회회담을 열자고 하는것은 그 두개의 실무적회담의 의미를 격하시키고 진행을 지연시키려는것이 아닌가 의심케하기에 충분하다.
더우기 지금 우리의 11대 국회는 임기가 끝나있고 12대국회는 아직 구성돼있지않은 상태다. 이런때 국회회담을 제기했다는것 또한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하지않을수없다.
특히 전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제의했다는 점에서 의회제도를 채택하고있는 서방측에대한 북의 선전적 의미가 내포돼있는것 같다.
북한은 과거에도 「남북정치협상」이나 「정당 사회단체연석회담」 을 제의한바 있다.
그러나 그것들의 진정한 의도는 대화가 아니라 침략기도를 은폐하기 위한것이었거나 한국사회의 내부분열을 획책한것이었음은 두말할여지가 없다.
북한의 제의를 접수한 국회는 북한의 저의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남북대화를 통해 긴장완화와 평화통일에 접근한다는 원칙위에서 각당간의 협의를 통해 북측에 성의있는 회답을 조속히 보내기로 했다.
우리는 긴장속에 대치돼있는 남북한사이에 대화의 채널이 항상 열려있어야 하며 그것은 필요한 모든 부문에 망라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화의 능률과 한과도 생각지 않을수 없다.
지금 남북간에는 적십자회담과 경제회담이 진행중에 있고 체육회담은 결렬상태에 있다.
따라서 우리는 복잡한 문제를 끌어내게될 정치회담보다는 이미 시작된 기능적인 분야에서의 실무급회담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제의한 국회회담을 굳이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진행중인 작은 분야의 회담을 먼저 진행시키고 그것의 결과를 보아가면서 정치회담으로 확대시켜 나가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능률적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분단국문제에 임하는데는 두개의 방식이 있어왔다. 하나는 정치우선의 포괄적인 하향식 접근이고 또 하나는 경제체육등 기능분야 우선의 점진적 부분적인 상향식 접근이다.
전자는 월남에서 실험되어 공산화로 끝났고, 후자는 지금 독일에서 실시되어 착실히 성공을 거두어 나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월남식의 거보정책(Great -step Policy)보다는 독일식의 소보정책 (Small-step Policy) 을 지향해야 한다는 이세기통일원장관의 견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남북회담을 방만하게 벌려만 놓기 보다는 이미 시작된 회담부터 하나하나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는데 더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런점에서 체육회담도 조속히 재개되어 86년 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에 남북한 단일팀이 형성될수있기를 희망한다.
우리의 국내 정치상황의 변화에 편승하여 앞으로 북한은 다양한 평화공세를 전개해올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대화체제를 보다 견실하게 강화하여 북의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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