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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정가(正歌)’로 듣는 그레고리오 성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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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금요공감 정마리 [사진 국립국악원 제공]

국악의 정가와 서양의 그레고리오 성가가 어우러지는 무대가 마련된다. 15일 국립국악원(원장 김해숙)에서 열리는 ‘정마리의 옛노래’가 그것이다. 정가(正歌)란 ‘바른 노래’란 뜻이다. 옛 선비들이 즐겨 부르던 우리 고유의 성악곡으로, 가곡(歌曲), 가사(歌詞), 시조(時調)를 일컫는다. 정마리는 한국의 전통 성악 중 하나인 ‘가곡’을 바탕으로 로마 가톨릭 미사에 쓰이는 무반주 성악곡인 그레고리오 성가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를 선보인다. 두 대의 거문고 반주로 전통 가곡 ‘삭대엽(數大葉)’도 함께 오른다.

정마리는 '국악계의 이단아'로 손꼽힌다. 10여 년 전부터 정가와 그레고리오 성가에 매료돼 두 장르의 크로스오버 작업을 해왔다. 가야금ㆍ거문고ㆍ하프시코드ㆍ켈틱 하프 등 동서양 고악기와의 앙상블을 통해서도 국악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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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금요공감 정마리 [사진 국립국악원 제공]

‘스타바트 마테르’는 ‘슬픔으로 서 계신 성모’라는 뜻이다. 십자가에 희생된 예수 곁에 선 성모 마리아에 대한 20절로 된 노래다. 아들을 잃은 성모 마리아의 슬픔과 고통이 느껴지는 이 작품이 국악으로 재해석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인과의 이별과 사랑을 노래한 ‘정가’의 창법을 통해 정마리는 원곡이 지닌 슬픔과 고통의 정서와 희생을 통한 위대한 사랑을 전할 예정이다. 이수진과 손채영 두 명의 거문고 연주자와 함께 선보이는 '삭대엽'에서는 계면조 특유의 화려함과 구성진 정가 본연의 멋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의 또 다른 볼거리는 무대를 꾸미는 설치미술이다. 무대 위 304개의 등불 형태의 설치물을 배치해 인간의 근원적인 슬픔을 눈물로 형상화했다. 정마리의 음악을 듣고 새롭게 창작한 설치미술가 정구종의 작품이다.

정마리의 실험적인 음악 활동은 하반기 음반작업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국악평론가 윤중강은 “그레고리오 성가와 정가는 음악을 대하는 경건한 태도 면에서 서로 통한다. 허식 없이, 목소리만의 순수한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무대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ㆍ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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