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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량 10mm 늘 때마다 보수정당 득표율 0.9%p씩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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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0대 총선 선거일인 13일엔 비가 온다고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13일 강수 확률은 전국적으로 60~90%다. 투표율이 중요한 각 정당들엔 신경 쓰이는 소식이다.

예일대 강우창, 빗속 총선 분석
미국도 궂은 날씨 민주당 유리
맑을 땐 ‘리퍼블리칸 블루’

내일 예상 강우량 5~30mm 애매
여야, 지지층 투표 독려에 집중

미국 정치에는 ‘리퍼블리칸 블루(Republican Blue)’란 말이 있다. 선거일에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면 상대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20~30대 젊은 층이 나들이를 가느라 투표를 게을리해 보수당인 공화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 용어는 날씨-투표율-정당 간 득실의 연관성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인다. 미국 의회 연구로 박사학위를 딴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미국 선거는 모두 겨울에 치러지기 때문에 날씨가 맑고 따뜻해야 노년층이 투표장에 나올 수 있고, 그래야 공화당이 유리하다는 의미도 리퍼블리칸 블루라는 말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와 관련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에야 한국정당학회보에 ‘선거 당일 날씨와 정당투표’(강우창 예일대 동아시아연구단 박사)라는 논문이 실렸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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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에 따르면 국내 총선에선 날이 흐려 강수량이 10㎜ 증가할 때마다 보수성향 정당의 득표율이 0.9%포인트씩 감소했고, 진보성향 정당의 득표율은 0.9%포인트씩 증가했다. 17~19대 3차례 총선일의 읍·면·동 단위 강수량과 주요 정당들의 득표율을 분석한 결과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미국의 리퍼블리칸 블루와도 일맥상통한다. 다만 강 박사는 논문에서 정당 득표율과 별개로 “전반적인 투표율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례대표 선거만을 기준으로 보면 17~18대 총선에선 날씨가 나쁜 날에 새누리당(한나라당)이 현재의 야당(민주통합당·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보다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강 박사의 논문에는 미국의 1948~2000년 대선을 분석한 결과 비가 1인치 오면 공화당이 0.9%포인트 더 득표했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돼 있다. 미국의 선거판도 리퍼블리칸 블루 현상이 늘 나타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13일에 예상되는 비는 그 양조차 애매하다. 예상 강수량은 5~30㎜ 정도다. 게다가 최대 격전지인 서울·경기 등 수도권은 오후부터 점차 갤 전망이라고 기상청은 밝혔다. 이러다 보니 각 당은 날씨에 따른 셈법에 매달리기보다는 핵심 지지층을 상대로 투표 참여 독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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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선거대책위 안형환 대변인은 “비가 오건 안 오건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유권자들이 선거에 많이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도 “20~30대 등 야권 지지가 강한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가 활발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리얼미터가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연령대별 적극 투표의사층은 30대가 72.3%로 가장 많았고, 40대(70.3%), 20대(65.1%), 50대(59%), 60대 이상(54.7%)의 순(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이었다. 

남궁욱·박유미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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