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군, 나토 4주 훈련 중 12일만 참가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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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올 초 노르웨이에서 4주에 걸쳐 연례 동계 훈련인 ‘차가운 대응(Cold Response)’을 실시했다. 여기엔 12개 동맹국과 협력국 군인 1만6000명이 참가했다. 독일도 일원이었다.

주당 41시간, 초과근무 제한 때문
놀이방 등 ‘가정 친화적 군’ 만들기
총 보급 달려 빗자루 들고 훈련도

그러나 독일의 한 부대가 훈련 기간보다 한참 짧은 12일만 참가하곤 빠졌다. ‘초과근무 기준’을 초과할까 우려해서 벌어진 일이다. 올 1월부터 발효된 군인 근무 규정 때문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군인들의 근무 시간은 주당 41시간 이내다.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돈을 줄 수 없도록 했다. 대신 대체 휴무를 쓰도록 했다. 독일 국방부는 “우리 군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장거리 수송기와 의료 인력 등은 예외로 했다. 이전 군인들의 근무 시간은 48.2시간이었다. 해군의 경우엔 50시간이 넘었다.

연정에 참가한 사회민주당의 국방 전문가인 한스 페터 바르텔스 의원은 관련 규정 개정을 요구했다. 그는 “새 규정 때문에 출퇴근하는 군인들이 주중에 쉬기라도 하면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훈련 캠프도 오후 4시30분이면 닫아 기지에 있는 군인들이 훈련을 못 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초과 근무 기준을 주간이 아닌 연간 기준으로 바꾸고 금전적 보상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독일 군 관련 단체들도 우려를 표명했다. 독일연방군협회의 안드레 뷔스트너 대표는 “당연히 우리의 대응 태세를 위험에 빠뜨리도록 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논란의 중심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국방장관이 있다. 이들은 “국방장관이 우선 순위를 잘못 두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가정 친화적 군’을 만든다며 군 기지에 놀이방과 평면TV를 설치했지만 군인들이 총 대신 빗자루를 들고 훈련하는 만성적 보급품 부족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엔 66대의 토네이도 전폭기 중 절반만이 안전 비행할 수 있는 상태란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한때 유럽에서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독일 군사력의 현주소”라고 보도했다. 독일은 19세기 이후 프랑스에 참패의 굴욕을 안겨준 프로이센군과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제국군, 나치 독일 국방군으로 이어지는 강한 군사적 전통이 있었다. 2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한동안 비무장 상태였다가 1955년 독일 연방군이 창설됐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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