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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치 놓고 싸우는 2야 … 청년들 관심은 일자리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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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벨일 없으시지라우?”

이병훈·박주선 맞붙은 광주 동-남을
제1야당 vs 현역 의원 두 후보
서로 ‘기득권 심판론’ 펴며 공세
“표 얻기 위해 지역주의 무기화”

지난 7일 저녁, 호남 정치 1번지로 불리는 광주광역시 동구의 계림오거리에 가수 남진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국민의당 박주선 후보와 동행해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박주선” “남진”을 연호했다. 박 후보가 유세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호남 정치’였다. 그는 “호남 정치를 복원하는 국민의당을 지지해 달라”며 “더불어민주당은 표만 받아 가고 선거가 끝나면 고마움을 모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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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광주시 동구 두암타운에서 광주 동-남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후보(오른쪽)를 취재 중인 이헌씨. 사진은 동행한 최하은씨가 촬영.

8일 오후 6시 동구 두암타운 사거리에선 이병훈 더민주 후보가 유세를 했다. 유세 현장은 박 후보에 비해 한산했지만 신호를 기다리던 운전자가 창을 내리고 인사를 하거나 지나는 시민들이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호남 정치의 부활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민련처럼 고립되자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그는 “호남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며 “새정치는 사람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3선의 중진 박 후보와 광양군수 출신의 이 후보가 맞붙은 광주 동-남을.

두 후보는 ‘기득권’을 놓고도 대립각을 세웠다. 박 후보는 “지지기반에 안주해 호남을 등한시한 더민주의 기득권을 해체하자”고 외쳤다. 반면 이 후보는 “의석 지키기에만 몰두해 온 현역 의원 기득권을 심판하자”고 맞섰다. 그런 동-남을 선거구가 8일 들썩였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광주시민께 드리는 글’을 동-남을의 충장로에서 발표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가 떠난 뒤 충장로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득이 될랑가 독이 될랑가 몰라.” 손창순(69)씨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벌써 맘이 (더민주에서) 다 떠났는디”라고 덧붙였다. 이광철(66)씨도 “(이번 총선은) 호남을 홀대하고 헌것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마음이 국민의당에 가찹다”고 말했다. 반면 박 모(50)씨는 “지원이 아니라 사죄하러 온 것이니께 잘왔제”라고 했다. 이진(44)씨는 “심판의 의미로 광주에서 국민의당이 몇 석 정도는 나오길 바라지만 전국적으론 분열되지 않은 강한 야당이 있어야 한다”고 희망했다.

8일은 마침 사전투표 첫날이었다. 조선대 근처 서남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 인증샷을 찍는 대학생들에게 ‘호남 정치’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4학년이라 밝힌 여학생은 “고향에서 살면서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이 내게 다가오는 호남 정치”라고 답했다. 정치권 외침엔 그런 ‘호남 정치’는 없었다. 이경철(25)씨는 “후보들이 표를 얻기 위해 지역주의를 무기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호남 정치와 지역주의는 구분이 모호했다. 분명한 건 호남 정치에 청년층은 소외돼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이헌(3학년)
고고미술사학과 최하은(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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