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장수 하원의장 40여 년 전 성추행 들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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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출신으로 최장수 연방 하원의장을 역임한 데니스 해스터트(74·사진)가 과거 10대 남학생 5명을 성추행한 사실이 공개됐다. 해스터트는 1999년부터 2007년까지 8년간 공화당 하원의장을 지냈다. 미국에서 하원의장은 대통령·부통령에 이어 권력 서열 3위에 해당한다.

해스터트 교사 때 남학생들 피해
5명 중 1명은 40억원 주고 입막음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9일(현지시간) 해스터트로부터 성추행 당한 남학생 피해자 숫자가 5명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지난해엔 해스터트가 한 명의 남학생을 성추행한 전력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WP에 따르면 미 연방검찰은 일리노이주 연방지방법원에 전날 제출한 의견서에서 4명의 피해자가 해스터트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담았다. 나머지 한 명의 피해자는 이미 사망한 탓에 피해자 가족이 대신 진술했다. 해스터트의 성추행은 정계 입문 전인 1970~80년대 일리노이주 요크빌의 고등학교에서 교사 겸 레슬링 코치로 재직했을 당시 벌어졌다. WP에 따르면 해스터트는 학교 라커룸과 모텔 방에서 남학생들을 성추행했다. 연방검찰은 한 피해자가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하자 해스터트가 입막음용으로 350만 달러(40억원)를 준 사실도 공개했다.

해스터트는 성추행 혐의와 별개로 오는 27일 불법 금융거래 혐의에 대한 선고 공판도 앞두고 있다. 그는 2010년부터 수 차례에 걸쳐 총 170만 달러(약 20억원)를 불법 인출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해스터트는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40여 년 전 저지른 잘못된 행동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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