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투자는 줄고, 소비가 늘다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경련이 조사한 올해 주요기업들의 투자전망은 매우 밝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소비성향은 갈수록 고급화촵사치화 하고있어 투자·소비·저축의 불균형이 우려된다.
투자·저축과 소비는 복잡한 이론의 설명 없이도 명백한 영합의 대칭관계임에 비추어 최근의 추세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임은 분명하다.
소비가 다양화하고 고급화하는 추세는 소득증가에 따른 당연한 흐름이라 해도 그것이 새로운 소득증가로 이어지는 호순환을 이루려면 적정한 수준에서 소비가 절제되고 저축이 늘어나 생산적 투자를 계속 지원할 수 있어야한다.
소비의 이상비대화는 그 자체가 악덕이 될 수 없지만 생산적 투자의 여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제나 경계돼야한다.
특히 우리의 경우는 지속적 성장과 외채상환이라는 두 개의 큰 짐을 동시에 해결해야할 처지이므로 투자촵저축과 소비의 함수관계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국내경제는 계획보다 높은 30% 가까운 실질투자율을 실현했는데 이는 거의 전적으로 국내저축의 증대에 힘입었던 점은 기억될만하다.
그 동안의 물가안정이 이 같은 국내저축증대의 밑바탕이 되었지만 지난해 27촵4%의 국내저축율은 괄목할만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투자재원의 자립과 성장의 지원을 동시에 해결하는 유일한 수단은 국내저축의 증대에서 찾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 문제는 올해도 주요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도 30%선의 투자율을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워놓았으나 문제는 이 같은 목표가 현재의 투자여건과 소비·저축추세에 비추어 어디까지 실현 가능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전경연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주요기업들의 설비투자 전망이 지난해보다 밝지 못하고 주요 경공업분야에서는 투자감소가 예상되고있다.
물론 분야별로는 전자 등 일부 첨단산업에서 기술투자를 포함한 높은 투자증가가 예상되고 있으나 전반적인 투자여건은 지난해에 비해 현저하게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투자여건의 악화에는 무엇보다도 수출산업의 경기후퇴나 일부업종의 사양화 등 산업 구조적 요인들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그밖에도 일반적인 투자분위기의 침체나 불확실성의 증대, 금융상의 애로들이 가세하고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문제들은 사전에 면밀히 검토되어 대비되지 않으면 의외의 경기침체와 연결되거나 경쟁력의 후퇴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추세는 지난해의 견실한 소비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만족할만한 안정세라 보기 어렵다. 특히 수입자유화 진전과 더불어 소비의 고급화추세가 국내저축을 저해할 소지는 얼마든지 남아있다. 총 소비율을 70%선으로 유지하기 위한 안정적인 경제운영은 물론 민간과 정부저축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다각적인 저축유인책들이 계속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