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와 석별, 눈가 훔친 골프 명인 톰 왓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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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디오픈이 열린 세인트앤드루스 18번 홀 스왈컨 브릿지에서 작별 인사를 하는 왓슨.

9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의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 18번 홀.

그린을 가득 메운 갤러리들은 하나, 둘씩 일어서 그린을 향해 걸어오는 한 선수를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 날 경기를 끝으로 마스터스를 떠나게 된 톰 왓슨(미국)이었다. 67세인 왓슨은 마스터스의 산 증인이었다. 1970년 첫 대회에 출전한 뒤 이번 대회까지 43번이나 오거스타내셔널을 밟았다. 1977년과 1981년 대회에서 우승했고, 총 15번 톱 10에 들었다.

마스터스는 역대 우승자에게 평생 출전권을 준다. 그러나 왓슨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후배들을 위해 출전권을 반납하기로 했다.

왓슨은 1라운드에서 2오버파로 선전했다. 그러나 이날 강한 바람 속에 6타를 잃었다. 중간 합계 8오버파로 컷 탈락 기준에 2타가 부족했다.

2라운드가 마스터스 43회 출전의 마지막 순간이 된 왓슨은 그린을 향해 올라서면서 모자를 벗고 밝은 미소로 손을 흔들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러나 마지막 퍼트를 준비하기 위해 그린을 오가던 도중 눈가를 훔치면서 감정을 추스려야 했다.

왓슨은 마스터스 2승을 비롯 메이저 대회에서 8승을 거뒀다. 지난 2009년 디오픈에서는 60세의 나이로 준우승을 차지해 감동을 주기도 했다. 왓슨은 디오픈에서도 지난 해 대회를 끝으로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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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세기에 가까운 43년 동안 마스터스를 지켰던 톰 왓슨. 그러나 이번 대회를 끝으로 마스터스의 전설로 돌아간다.

왓슨은 하루 전 열린 1라운드에서 마스터스와 특별한 작별 의식을 가졌다. 13번 홀 티잉 그라운드 옆 벤치에 달걀 샐러드 샌드위치를 놓고 인사를 나눴다. 30년 동안 함께 하다 2004년 루 게릭 병으로 세상을 뜬 캐디 브루스 에드워즈(당시 49세)를 추모하는 시간이었다. 에드워즈는 생전에 12번홀 그린을 떠나 13번홀 티잉 그라운드로 이동할 때마다 준비해둔 달걀 샐러드 샌드위치를 왓슨에게 건네곤 했다.

왓슨은 "그는 자신의 일을 정말 사랑했다. 그리고 마스터스를 밟는 것을 그 어느 순간보다 즐겼다. 마스터스에 오면 늘 그가 더 그립다"고 했다.

경기를 마친 왓슨은 지난 해를 끝으로 오거스타내셔널을 떠난 마스터스의 또 다른 역사 벤 크렌쇼(미국)의 인사를 받으며 18번 홀을 떠났다. 반 세기에 가까운 43년 동안 마스터스를 지켜왔던 산증인 왓슨은 이제 마스터스의 전설로 남게 됐다. 왓슨은 "위대한 선수들과 함께 루프 안에서 걸었던 순간은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작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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