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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핫 이슈] '벅스뮤직' 사법처리가 능사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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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8일 검찰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벅스뮤직 박성훈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소식은 미디어다음(http://media.daum.net)에서 가장 많은 클릭수를 기록했고, 네이버뉴스(http://news.naver.com)는 곧바로 검찰의 법 적용 타당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朴대표의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인기 가수들과 음반제작 관계자들이 9일 벅스뮤직 등의 디지털 음원 무단 사용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네티즌들은 더욱 흥분했다.

"벅스 대표를 구속하면 뭔가 될 거 같나? " "쓸데없는 시비 걸지말고 음악인으로서 진정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지 반성 좀 해라"며 사법처리를 비난하는 의견에 대해 "나도 공짜가 좋다. 하지만 우리나라 음악이 쓰레기는 아니다" "예술가는 자기의 것을 뺏어가는 ×들한테 그냥 당해야 하나"며 가수와 음반 제작자들을 옹호하는 주장이 맞섰다.

전체적으론 무료 서비스를 선호하는 네티즌의 성향에다 사법처리라는 강풍을 만난 벅스뮤직에 대한 동정심 때문인지 오프라인에서의 '살충 작전'이 강도를 더해갈수록 사이버 공간은 벅스뮤직 옹호론이 압도적이다.

朴대표의 사법처리에 대한 네이버뉴스 설문조사 결과도 9일 오후 3시 현재 '명백한 저작권 침해다-옳은 결정'이라는 의견이 전체의 13.5%에 불과한 3천7백90명인데 반해 '스트리밍은 저작권 위반이 아니다-잘못된 결정'이라는 의견이 86.5%에 달했다.

음악 서비스를 둘러싼 네티즌의 논란을 자극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1일 시작된 일부 온라인 업체의 유료화다. 이후 예상대로 푸키.맥스 MP3.아이뮤페 등 유료화 사이트에 대한 트래픽(접속 건수)이 이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인터넷 게시판마다 수천건의 비난 글이 쇄도했다. 반면 무료를 고집한 벅스뮤직은 트래픽이 더욱 늘어난 데다 "역시 벅스" "힘내세요" 등의 격려가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유료화 논란을 떠나 벅스뮤직 사태의 본질을 따지자는 신중한 의견도 늘어나고 있다. 조인스닷컴(http://joins.com)이 벅스뮤직과 YBM서울음반 대표들을 나란히 인터뷰해 지난 4일 게재한 기사에 붙은 네티즌 의견란에는 양측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글들이 눈에 띈다.

"언제부터 우리가 인터넷으로 편히 음악을 들었나. 벅스 같은 소규모 그룹이 모여서 아이디어를 내 이만큼 키워왔는데 과연 그 시간에 음반사들은 무엇을 했나 한번쯤 반성하라. 그 엄청난 재력으로 과연 이런 업체와 공동으로 음원 시장을 키우려고 노력이나 해봤나?"(ID y6106)

"음반사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만 여기지 않는다. 벅스는 테헤란로의 가장 비싼 건물에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를 미리 예상해 현명한 경영을 했어야 했다. 벅스를 키워준 우리 회원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ID allegria)

어쨌든 네티즌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저렴하게 보다 양질의 음악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ID가 hizoner인 벅스뮤직의 회원은 이를 위해 네티즌 스스로도 의식 변화를 통해 함께 나서자고 제안하고 있다.

"라디오와 벅스를 같은 걸로 비교하면 안되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곡을 원하는 장소에서(인터넷만 된다면) 들을 수 있잖아요. 그러나 벅스 죽이기 만으로 과연 음반시장의 회복이 가능할는지 모르겠네요. 벅스가 유료화되면 공짜 음반에 맛들인 우리들은 다시 벅스를 버리고 또 다른 공짜 사이트를 찾아다니겠지요. 음반시장과 네티즌이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이 나오길 바라며 누군가의 창작의 고통을 통해 이뤄진 음반을 무조건 공짜로 듣겠다는 네티즌의 의식이 조금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말해봅니다. "

김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