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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고사 일선교사·교수에 들어본 출제방향과 대비책|다양한 주장 나올 수 있는 명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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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입 「논술」 고사의 대학별 실시요강이 23일 확정, 발표됐다.
전형 총점 중 논술고사의 반영률은 대부분 5% 안팎으로 예상보다 줄어든 것이 특징이지만 대학 측도, 수험생도, 학부모도 아직은 안개 속을 헤매는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시중에는 논술고사에 대비한 30여종의 참고서가 판매되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연 논술고사 대비는 어떻게 해야하고 지도교사는 어떻게 이끌어야 할까.
대학별 논술고사 실시요강을 중심으로 일선교사와 교수들의 좌담을 통해 이를 알아본다.
▲차경수교수=대학별 논술고사 전형요강이 확정, 발표됨으로써 수험생들에겐 논술고사가 「발동의 불」이 된 셈입니다. 예상보다 각 대학의 논술고사 반영률이 낮아졌군요.
▲박도순교수=서울대가 예상외로 3.9%로 낮게 잡은 게 결정적으로 반영률을 낮춘 원인이 됐읍니다. 고대의 경우 처음에는 논술고사위원인 10명의 교수들이 모두 최대한으로 반영키로 의견일치를 보았었지요. 그러나 수험생들이 논술고사에 대한 공포증이나 기피증이 있기 때문에 결국 다른 대학 수준으로 낮출 수밖에 없었읍니다.
▲양창순교사=첫해이기 때문에 반영률이 낮은 것이 무척 다행입니다. 사실 지도교사나 수험생들 대부분이 아직 기본개념조차 확립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반영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혼란도 그만큼 커질 염려가 없지 않았읍니다.
▲차교수=서울대가 반영률을 낮춘 것은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첫해이기 때문에 출제와 채점에 완벽을 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논술고사의 객관성·타당성이 불확실한 상황이거든요. 지금까지의 예로 보아 합격생의 60∼70%쫌이 커트라인 부근에 몰려있는데 논술고사성적의 우열격차가 커지면 학력고사가 뒷전으로 밀리게 되는 경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양교사=학력고사와 논술고사 성적의 상관성이 높지 않을까요. 일선에서 지도해보면 학력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논술도 잘 쓰는 것 같아요.
▲박교수=저도 그렇게 봅니다.
▲차교수=학력고사성적과 논술고사 성적 중 어느 것이 높은 학생이 나으냐 하는 것은 양론이 있읍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나 연구자료가 없으므로 이는 앞으로의 과제지요. 그러나 반드시 두 성적의 상관관계가 일치한다면 논술고사의 필요성은 줄게 되지 않을까요.
▲박교수=그렇지 않지요. 논술고사의 목적은 선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교교육과정이나 방법의 개선에 더 큰 뜻이 있다고 봅니다. 모든 교과목에서 논리적 사고·합리적 표현을 하도록 유도하는데 크게 기여하리라고 생각해요.
▲양교사=제가 있는 경기고교에서는 오래 전부터 과제독서를 주고 독후감을 쓰도록 해왔습니다. 주·월단위로 개인·학급별 시상을 해왔는데 교양도 높일 수 있고 문장 표현력도 좋아져 효과가 큰 셈입니다. 논술고사실시 발표 후에는 주로 신문 사설을 분석하고 다시 써보는 식으로 지도를 하고 있는데 마땅한 교재나 수업방식을 찾지 못해 걱정입니다.
▲차교수=독특한 지도방법이군요. 저희가 다닐 때는 「물새야 왜 우느냐」 「눈물의 삼팔선」식의 제목을 주고 작문을 시키는 것이 고작이었읍니다.
▲박교수=논술의 지도방법만 생각한다면 자칫 별개의 과목으로 독립시켜야 한다고 잘못 생각할 수 있읍니다. 「탈교과적 범교과적」이란 문교부의 지침대로 특정과목이 아닌 전과목에 걸쳐 논술지도가 이뤄져야 합니다. 결국 모든 과목의 수업방식·시험방법을 점점 바꿔 나가야 되겠지요.
▲차교수=물론이지요. 대개의 대학이 2백자 원고지 4∼5장 분량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런 적은 양으로 논술문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처음 반장(1백자) 정도로 명제를 강력하게 제시해 놓고 이를 뒷받침할 예시를 1, 2, 3으로 명료하게 제시한 뒤 마지막 한장 분량쯤으로 결론을 맺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양교사=일부 학생들은 작문과 논술고사를 같이 보는 경향도 많습니다.
▲박교수=우리 대학에서도 국어과 교수들과 다소 논란이 있었읍니다. 표현력과 논리적인 사고력 중 어느 것을 중요시하느냐가 문제지요.
▲차교수=둘 다 평가대상으로 삼아야지요. 일부에서 맞춤법·띄어쓰기는 무시한다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논리성을 중시하되 맞춤법 등도 평가대상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양교사=출제는 다양한 주장, 독창적인 문장이 나올 수 있는 명제로 하는 것이 좋겠지요. 예를 들면 「우정과 경쟁」이라든가…. 얼른 보면 모순된 것 같지만 주장과 의견이 제각기 다룰 수 있거든요.
▲박교수=정치·경제·사회·문화 어느 과목에도 치우치는 명제가 출제돼서는 곤란합니다. 또 구체적인 지식내용을 이용해 쓰는 식의 출제도 안되지요.
▲차교수=첫해이기 때문에 시시하다고 평을 듣더라도 「대학에 입학한 목적을 써라」 「대학생으로서의 각오」 등 아주 일반적인 과제가 주어질 것으로 전망할 수 있어요.
▲박교수=채점은 출제내용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채점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읍니다. 주관식 시험에 객관성을 너무 강조하는 것은 모순이지요.
▲차교수=명제·예시·결론을 포괄적으로 채점해야겠지요. 별도의 채점위원이 명제 몇점, 예시 몇점하는 식으로 채점해 합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박교수=아직 각 대학들이 서로 눈치를 보느라 구체적인 출제·채점요령은 시험 직전에야 확정되겠어요.
▲양교사=어쨌든 저는 수험생들에게 논술고사는 출제자의 입장에서 출제의도를 한번 생각해 보고 쓰기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모범답안이 있을 테니까요.
▲차교수=좋은 방법입니다. 제목을 정해 놓고 원고지 4∼5장을 쓴 뒤 동료 몇명이 둘러앉아 서로 의견을 얘기하며 토론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박교수=아름다운 말이나 수식어를 많이 넣으면 논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수가 많아요. 자기가 쓴 글을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읽게 하고 평을 들어보는 게 중요합니다.
▲양교사=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현재 30여종의 논술참고서가 있지만 아직 수험생들은 논술고사의 개념조차 정립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 대학쪽에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더 자세한 논술고사 정보를 발표해 주셨으면 합니다. <정리=권일기자>

<참석자>
차경수 <49·서울사대교수·사회교육>
박도순 <43·고려대교수·교육평가>
양창순 <36·경기고교사·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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