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파트 공간 쾌적함 얻게 보다 넓게 활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아파트란 서구식 주거형태가 우리 나라에 선보인지도 20년이 넘는다. 이젠 웬만한 시골에도 도시형 아파트가 우뚝 솟은 모습이 낯설지 않다.
서울 시민의 경우 3분의1이 해당하는 가구가 아파트나 연립주택에 살고 있으며(서울시통계·83년6월 현재)강남구가 73·8%, 강동구가 66.9%, 용산구가 35·2%, 영등포구가 34% 등으로 신흥 개발지역이라면 아파트가 단연 주거 형태의 주종으로 꼽히고 있다.
아파트가 늘어남에 따라 가장 먼저 눈뜨게 된 것이 생활 속의 공간개념이라고 건축가들은 말하고 있다. 건축가 조성렬씨는 『좁으나마 마당이 있고 낮은 울타리 너머 이웃과 자연을 볼 수 있었던 재래식 단독주택에서 갇힌 세계로 볼 수 있는 아파트의 벽 속에 들어가게 되면 자신이 소유하고있는 공간의 넓이나 그 공간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게된다』고 설명한다.
우리 나라 1인당 평균 주거면적은 2·9평(경제기획원자료·80년 말 현재). 일본 7·8평,대만 4·2평, 미국 12·5평에 비해 상당히 즙은 편이나 신축주택의 평균규모는 78년 17·7평, 83년 29·1평으로 일본 28·4평, 대만 26평에 비해 크게 짓고 있으며 30평 이상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도 75년 7·9%에서 80년 12·7%로 넓게 지어가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 사람이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넓이는 5평정도.
1차대전 후인 1929년 유럽 부흥을 위해 세계의 건축가들이 모인 국제주거회의 토의에서 평균 주거면적을 1인당 최소한 15평방m(4평정도)로 정한 것이 지금껏 통용되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우리 나라에서도 5인 가족 기준 25평까지를 서민주택이라 부르고 있다.
이 역시 세계적인 기준보다 공간을 넓게 잡고 있는 셈이다.
아파트의 공간은 넓이뿐만 아니라 열 효율 등 경제성을 위해 최소한의 천장 높이까지(현재 우리 나라의 경우 2백40㎝)정해져 있다.
아파트는 쾌적함의 기준을 이처럼 「최소한」에 두고 있기 때문에 인간에게 공간의 개념을 싹트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이야기다.
70년대에 접어들면서 호화주택이나 아파트의 실내장식 붐이 일기 시작했는데, 물론 소득증가에도 영향이 있지만 아파트의 증가가 붐을 이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주거형태가 자연과 가까웠던 한국인의 습성이 보다 넓은 아파트 공간을 요구하거나 또는 실내를 꾸밈으로써 심리적 대상을 얻게되는 것이 아닌가 유지희씨(실내장식가)는 풀이하고 있다.
『요즘 아파트의 주부들은 좁은 공간을 보다 넓게 보이게 한다거나, 보다 넓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사실 70년대 미술품 구입 붐도 아파트의 증가와 더불어 온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지요.』
실내장식에 대한 관심도가 아파트의 증가와 정비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아파트 주민의 미적인 감각도 높아져 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느냐는 것이 유씨의 의견이다. <김징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