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응, 기 죽지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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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제구력에 4연승으로 무섭게 질주하던 '신인 기관차' 서재응(26.뉴욕 메츠.사진)이 최근 3연패로 곤두박질쳤다.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일까.

◇너무 깨끗한 공=서재응은 '위력'이 아니라 '속도 차이'로 승부를 거는 스타일이다. 빠른 직구와 느린 체인지업을 섞어 던진다. 그러다보니 공이 너무 '깨끗하다'.

투수 출신인 차명석 MBC-ESPN 해설위원은 "제구력 하나만으로 버티기에 메이저리그의 벽은 너무 높다"며 "롱런하려면 '투심 패스트볼'등 제3의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재응은 현재 낙차 큰 커브를 새로 익히고 있다. 팀의 중간계투 마이크 스탠튼이 '코치'다.

◇루키의 겸손=서재응은 심판에게서 새 공을 받을 때마다 '한국식'으로 인사를 한다. 메츠 홈페이지에는 "서재응의 겸손에 매료됐다"는 팬들의 글이 올라온다. 그러나 지난 3일 몬트리올전에서 4회초 5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던 서재응은 욕설을 내뱉었다.

더그아웃에 들어가서도 벽을 치며 울분을 표시했다. 1루수 토니 클라크의 수비 실책,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 무엇보다 자신에게 화가 치밀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당하던 예전의 서재응은 아니었다.

'투수 조련사'로 불리는 김성근 전 LG 감독은 "메이저리그의 신인 길들이기를 뚫고 가야 진짜 메이저리거가 되는 것"이라며 "루키의 겸손은 오히려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철저한 휴식=투수가 한 경기에서 소화할 수 있는 투구 수는 대략 1백개다. 물론 5일 로테이션 때의 말이다. 전문가들은 "1주일을 쉰다면 1백50개의 투구도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투수의 휴식은 '경기의 연장'이다.

그런데 서재응은 최근 '외도'를 했다. 연승을 거두며 스타덤에 오르자 팬사인회와 광고 촬영 등에 불려다녔다. 긴장의 끈을 놓친 것이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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