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 쟁탈과정서 인신공격까지 난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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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2일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당의 당권 경쟁이 치열하다. 김종철 총재의 조기 후퇴로 일찌감치 이만섭 전 부총재와 최치환씨 간의 양파전이 되고 있는 당권경쟁은 1천30명 정도로 추산되는 대의원 쟁탈과정에서 인신공격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당권경쟁은 선거 패배 후의 당 진로 문제와 기성세력 대 신참세력간의 알력 등이 배경에 깔려있고 김종철씨의 도일·와병 중 사실상 당을 이끌어 온 이씨 측 당 주류에 대한 불만이 큰 요인이 되고 있다.
당초 당권도전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던 최씨가 결국 나선 것도 이런 불만세력의 추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총재의 후퇴로 이 전 부총재가 손쉽게 당권을 이어받게 될 형국이 되자 불만세력은 대항할만한 구심점으로 당선자 중의 장로 격인 최씨를 선택한 것이며 최씨는 이를 수락한 것이다.
이런 사정은 양측 지지자들의 면면을 보면 명백하다.
이씨 측 세력이 이른바 영남사단 등 기성세력과 김광수·김용채· 최재구씨 등 일부 신참자인데 비해 최씨 측은 김영광·김완태·김유복·이성일·조병봉씨 등 이씨와 사이가 덜 좋던 사람들과 신형식· 윤재명씨 등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이· 최씨는 과거 공화당을 같이 했고 같은 영남출신이지만 경경의 시발이 이처럼 다분히 개인적인 「불화」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양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경쟁판도를 보면 창당 초기부터 원외의 김 총재를 대신해 사실상 총재 역할을 해온 이 전 부총재가 2·12총선을 계기로 입당한 최씨에 비해 일단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총선 참패에 따른 당의 체제정비라는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당 쇄신을 표방하고 나선 최씨의 「바람」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양측의 대의원 쟁탈전도 이 같은 선상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이씨 측은 당 기간조직과 김광수· 김용채·최재구씨 등의 사무실을 중심으로 득표활동을 전개하고있다.
최씨 측은 총선 직전까지만 해도 총재후보로 꼽히던 신형식씨를 사령탑으로 득표전략을 펴고 있다.
최씨 측은 김 총재를 비롯한 이종성 부총재, 이동진 전 총무 등 다수 인사도 은밀히 지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이씨 측은 이미 7백 명의 대의원 추천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지방을 돌며 추천 서명을 받은 최씨 측은 20일 상오 현재 2백80명의 추천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최씨 측은 이씨 측이 대의원 본인의 동의도 없이 지구당 위원장의 양해만 얻어 중앙당에 비치된 대의원 도장을 마구 찍은 사례가 있다고 비난하면서 이씨 측이 7백 명의 추천을 받았다 하더라도 「추천 수=지지 수」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씨 측은 오히려 최씨 측이 이미 서명한 대의원들에게 추천서를 받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반박해 피차 감정이 격화되고있다.
지난 13일 단독으로 만난 두 사람은 후유증을 남기지 않기 위해 돈 쓰지 말고 표에 승복하자고 합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3천만 원 정도의 기본 경비만 쓰려했는데 저쪽은 2억 원을 쓰고있다. 지구당 위원장에게 20만원, 대의원에게 5만원을 뿌리고 있다』는 등의 비방이 나오고 있고 『경찰출신은 국민정당 대표의 이미지에 안 좋다』 『총선을 엉망으로 치르고 책임은 안 지겠단 말인가』라는 등의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이런 양상으로 보아 두 사람 중 누가 이기더라도 완전한 당의 결속은 다져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선자 중 한 사람이라도 이탈하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없다는 부담도 있어 이번 전당대회를 치른 후에도 국민당의 앞길은 밝지 못할 전망이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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