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정, 라인업 최종 손질 한창|국회요직 개편…카운트다운 돌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하마평만 무성하던 국회 요직개편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그 동안 시·도지부 개편대회로 지방출장 중이던 노태우 대표위원이 19일부터 중앙당에서 정상 집무를 재개함에 따라 이종찬 총무가 자기 나름대로 짜놓은 원내 요직개편 안을 노 대표가 검토, 조정한 뒤 최종 재가를 받는 순서만 남겨두고 있다.
이 총무 자신은 『아직도 3배수 선에서 더 진전이 없다』고 연막을 치고 있지만 라인업이 사실상 마무리돼 최종 손질만 남은 상황이다.
최종재가를 거쳐 늦어도 주말까지는 뚜껑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 요직 중 가장 핵심은 역시 국회의장과 부의장.
12대 국회의 특수성 등을 감안해 다선 의원 중에서 선출한다는 원칙은 일찍부터 정해졌다.
민정당의 12대 당선자중 최다선은 7선의 이재형 총재 상임고문이며, 채문식· 윤길중· 오세응(이상 5선) 진의종· 이상익· 최영철·조종호 의원(이상 4선)의 순. 이중 이미 당직을 맡은 이상익 중앙위의장과 건강상 문제가 있는 진의종 국무총리, 전국구 출신인 이재형· 조종호 의원을 제외하면 4명으로 압축된다.
다만 이재형 고문의 경우는 전국구 출신이지만 제헌 때부터 국회를 지켜 온 최다선이라는 점과 여야를 아우르는 그의 정치적 관록에 비추어 국회의장을 해도 별문제가 없지 않겠느냐는 관점에서 처음부터 의장 물망에 올라있다.
당초 국회의장단에는 채문식-최영철 라인으로 거의 확정된 분위기였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 그후 거센 야당 세에 비추어 강력한 국회의장이 요구된다는 등의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채 의장의 경우는 무난한 성품과 원만한 대인관계 및 의장직을 특별한 과오 없이 수행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해도 괜찮지 않느냐』는 당 상층부의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비공식적인 야당과의 접촉 결과 이재형·윤길중씨에 비해 받아들이는 느낌이 꼭 높은 것도 아닌데 경북 출신이 당대표와 국회의장을 모두 차지한다는 구설에 오를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후문.
이재형 고문의 경우는 여러 면에서 최적임자이긴 하나 전국구 출신이란 점과 그의 강한 개성을 걱정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의장 후보의 하나인 윤길중 국회부의장은 과거 혁신계 출신이라는 점 등이 약간의 마이너스 요인인 듯 하다.
이씨를 강력히 밀고 있는 쪽에선 과거 8대 때 백두진씨가 전국구로 의장이 됐을 때는 별 말썽이 없다가 10대 때 유정회로 의장이 될 때만 시비가 됐다는 점을 들어 지금은 전국구니까 야당도 별로 반발하지 않으리란 논리를 편다. 그러나 아직도 전국구 출신의 의장 추천은 공연히 야당에 시비 거리를 제공하고 위험이 있다는 점과 당대표도 전국구인데 국회의장마저 전국구로 할 필요가 있느냐는 점을 들어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민정당이 차지할 국회부의장 1석은 호남 출신인 4선의 최영철 의원으로 거의 확정된 상태이나 최근 이종찬 총무 등이 아직 젊고 쓰임새가 많은 사람을 부의장으로 한번 쓰고 말면 너무 아깝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국회재무위원장이나 정무장관 등을 거치고 나서 부의장을 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신민당도 호남에서 부의장을 낼 가능성이 높다며 경북 출신의 채 의장이 유임되지 않을 경우 권정달 의원을 부의장으로 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시절 장경순씨가 3년이나 국회부의장을 지내고도 무임소장관에 임명된 일이 있고, 같은 호남의 장경순 부의장에 정성태 야당 측 부의장이 나온 일이 있는 만큼 호남배려라는 측면에서 부의장 한자리는 꼭 호남 쪽에 가야한다는 주장도 강하다.
○…원내 총무가 위원장을 겸하는 운영위를 제외한 12개 상임위와 예결위원장 등 13개 위원장(올림픽특위는 민정당 내에 두기로 잠정 결정)은 재선 이상의 지역구 출신이면 누구나 넘보는 자리.
현재 12명의 3선과 59명의 지역구 재선 이상 의원 중 당직자와 각료 등 30명쯤 빼면 41명이 남아 평균 3대1을 조금 넘는 경쟁률이다.
그나마 외무위원장은 그 기능의 특수성 때문에 전국구의 박동진 의원이나 5선의 오세응 의원으로 굳어있고△법사 나석호△내무 이춘구△국방 이범준△농수산 김식△상공 김용태 의원 등은 거의 내정 단계여서 더욱 바늘구멍이다.
이총무는 상임위원장 인선 원칙으로 △재선 이상의 지역구△지역 안배 △대야 설득력과 통솔력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전남의 경우는 유경현·김식· 나석호· 고책남· 정시채 의원 등5명이 자격 구비자여서 정 의원은 수석 부총무로, 고 의원은 후반기로 각각 조정되어 가고 있는 시기.
현재까지 거론되는 후보로는△재무=김종호· 최영철(국회부의장이 안 될 경우)△경과=정선호·유경현△문공=임방현· 박권흠△보사=이병직· 이찬혁△교제=오한구·윤국노△건설=권영우· 박익주· 박재홍△예결=나웅배· 김종호 의원 등이다.
당초 국방에는 박준병, 농수산에는 고건씨가 유력시 됐었으나 초선은 안 된다는 원칙에 밀렸고 올림픽위원장 후보로 유력시되던 정남 의원도 위원회 자체가 분해되는 바람에 실기.
○…상임위원장 자리가 워낙 치열해지자 일부 재선 의원들은 5명의 부총무직을 놓고 치열한 경합. 상임위원장과 동격으로 격상될 수석 부총무에는 정시채·김종기·윤국노 의원이 거론되고 있고, 오랜 국회 출입기자로 야당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조남조· 이민섭·정남 의원 등이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율사가 꼭 끼게 되어 있는 부총무 TO 1명에는 김중권 의원이 거의 내정단계.
이같은 치열한 경합 속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기대와는 달리 12대의 상임위원장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에서 전반기는 관망하다가 후반기에나 맡으면 좋겠다고 자청하고 나서는 사람도 없지 않아 당 간부들이 인선의 고충을 약간은 던셈이다. <고흥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