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지않는 경재계루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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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니 땐 골뚝에 연기나랴?」라는 속담이 있는가하면 「생사람 잡느라」는 말도있다.
또「발없는 발 천리간다」라는 속담도 있다.
어느 때, 어느 사회건 소문은 있다. 그러나 최근 경재계에 나도는 갖가지 루더는 그 성격에있어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추가부실기업 정리대상명단, 대그룹의 도산임박설, 재별총수염문설, 환율 대폭인상설은 물론 심지어 재벌총수 구속설까지 나돌고 있다.
관계장관이 몇차례씩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를 부인하고, 설에 휘말린 재벌총수가 반증을 둘어 이를 부인해도 소문은 쉽게 가라앉는 기미가 아니다.
최근 수년간 재계취재경험에서 볼때 루머가 소문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사실」로 판명되는 경우도 퍽 많았다.
따라서 「관계자들이 세간의 반응을 사전에 측정하기 위해 고의로 흘린것이 아닌가?」하는 그냥 넘길수없는 추측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계루머는그것이 미치는 영향이 너무 엄청나다.
국내외 경기가 모두 좋지않은데다 국제그룹 파동까지 겸친 상황에서 또 다른 대그룹의 도산설등은 비단·해당 그룹뿐 아니라 한국경제전반에 엄청난 악영향을 준다.
당장 외국과의 상담이 중단될수도 있고, 위험부담을 핑계로 값을 깎을수도 있다.
나라전체로는 컨트리 리스크(국가에 대한 위험도)가 높아져 해외금융차입등 모든 면에서 불리해진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일본매스컴에서 한국의 여러 루머를 과장되게, 그리고 보다 심각하게 보도하는 경향까지 있다.
새시장개척등 해외에서의 경쟁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근거가 희박한 소문이 끈질기게 나도는것은 국민이 궁금하게 여기는것을 시원하게 풀어주지 못한 당국과 언론의 책임이 크다.
군민들은 과거의 여러가지 세례를 들어 당국과 관계기업과 언론모두를 액면그대로 신뢰하지않으려한다.
최근 가벼이 보아 넘길수 없는 여러 루머를 일소할수 있는 길은 당국과 기업과 언론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을수있을때만 가능한것이다.
좀 더 정직한 정부와 기업, 사실보도에 충실한 언론상이 정립됐을때 국민과 정부 모두에게 불리한 루머는 사라질 것이다.
오랫동안 재계를 담당해온것을 끝내며 더욱 자괴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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