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노화 연구 20년 … “아예 화장품 직접 만들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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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나의 연구물을 사회를 위해 적극 쓰고싶다”고 말한다. [사진 서울대병원]

20년 이상 피부노화 연구에 매달린 의대교수가 화장품 제조벤처를 창업하고 자신의 이름을 넣은 화장품까지 출시했다. 정진호(57)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6개월간의 임상실험을 거쳐 주름 개선용 화장품 ‘정진호이펙트 W 에센스크림’이란 제품을 최근 공개했다. 정 교수는 “제 명예를 걸고 만들어 품질을 보증한다는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제품도 곧 나온다. 피부 보습제는 이달 중순, 자외선 차단제는 다음달 초에 출시될 예정이다.

벤처 창업 정진호 서울대 교수
연구 성과 묵히기 싫어 결심
고령화 맞춰 주름 개선 타깃
“요즘엔 건강한 피부도 능력”

정 교수는 창업에 이은 제품 출시 이유에 대해 “어렵게 연구했는데 연구 결과물을 책꽂이에만 꽂아 두는 게 너무 아까웠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1993년 교수직에 오른 뒤 피부노화를 분석하는 연구에 집중했다. 서울대병원 학술상을 4년 연속(2009~2012년) 받는 등 학문적 성과도 인정받았다. 처음엔 화장품 회사에 기술 이전을 문의했지만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자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2013년 혼자서 화장품 제조 벤처회사를 만들어 직접 ‘사장님’이 됐다. ‘정진호이펙트’란 회사명은 지난해 말 붙였다. 그는 “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노인들의 사회 생활도 활발해지고 좋은 피부도 능력이 된다. 품질이 뛰어난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국민이 젊고, 건강하게 살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가 환자 진료에 바쁜데 벤처 사업을 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정 교수는 “사업의 ‘사’자도 몰라 넘어야 할 산이 많았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많았다. 중국·미국처럼 교수가 창업에 적극 나서 자기가 얻은 지식을 사회와 인류를 위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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