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보란 듯…일본 잠수함 15년 만에 필리핀 입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일본이 15년 만에 잠수함을 필리핀에 파견하는 등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을 본격적으로 견제하고 나섰다. 지난달 29일 자위대 해외 활동 확대를 담은 안전보장법제가 발효되자마자 해외 무력시위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도 원자력항공모함을 남중국해에 보내는 등 미·일 공동전선이 구축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기사 이미지

3일 필리핀 군사요충지 수비크만에 입항한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 ‘오야시오’. [사진 지지통신]

해상자위대 4000t급 잠수함인 ‘오야시오’는 3일 호위함 ‘아리아케’, ‘세토기리’와 함께 수비크만에 입항했다. 일본 잠수함의 필리핀 입항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남중국해 연안인 수비크만은 1992년까지 미 해군기지가 있던 군사요충지다. 서쪽으로 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도서인 스카버러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이 있다.

안보법제 발효 뒤 무력시위 강화
미국과 남중국해 공동전선 구축

일본 방위성은 ‘오야시오’가 실제 경계·감시 활동에 투입되지 않는 훈련용 잠수함이며 필리핀과의 우호 친선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요미우리신문은 4일 “이번 입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활동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호위함 두 척은 6일 수비크항을 떠나 베트남으로 향한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베트남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 깜라인만에 최초로 기항한다. 베트남은 지난달 31일 베이부만(北部灣·베트남명 통킹만)에서 중국 선박 1척을 영해 침범 혐의로 나포하는 등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북단 하이난(海南) 섬에 잠수함 기지를 건설하며 공격 거점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파라셀 군도 우디 섬에 지대공 미사일 ‘훙치(紅旗·HQ)-9’ 발사대 8기를 설치한 데 이어 최근 사정거리 400㎞의 대함 미사일 ‘잉지(鷹擊·YJ)-62’도 추가 배치했다. 미·일은 중국이 남중국해를 넘어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바시해협, 더 나아가 태평양에 잠수함을 배치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의 잠수함 탄도 미사일이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달 안에 대(對) 잠수함 대처 능력이 뛰어난 호위함 ‘이세’도 수비크만에 파견할 계획이다. 길이 197m, 폭 33m, 기준배수량 1만3950t으로 해상자위대 호위함 중 ‘이즈모’에 버금가는 규모이며 헬기를 최대 11대까지 탑재할 수 있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은 이달 하순 필리핀을 방문해 남중국해 경계·감시 활동에 쓰일 해상자위대 ‘TC90’ 훈련기 대여 계약도 체결할 예정이다. 한편 산케이신문은 4일 “미국이 원자력항공모함 ‘존 C. 스테니스’를 남중국해에 파견했으며 중국은 해군 정보수집함을 보내 추격전을 벌였다”고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스테니스’는 지난달 31일쯤 바시 해협을 통과해 남중국해로 진입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