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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복장 못 하겠다…'히잡 논쟁' 기왕이면 아름답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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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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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막스앤스펜서의 무슬림 여성 전용 수영복(왼쪽)과 이탈리아 돌체앤드가바나의 히잡 컬렉션.

무슬림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 머리카락을 가리는 스카프를 두르거나 눈 또는 얼굴만 드러내는 이슬람 베일을 써야 한다. 몸을 가리는 로브(아바야)를 입어야 할 때도 있다. 이른바 ‘이슬람 패션’이다. 서구에서 이슬람 패션이 논란이 되고 있다.

프랑스 승무원 이란서 착용 거부
패션업계선 무슬림 수영복 내놔
"여성 자유보다 돈 중시" 비판도

오는 17일부터 이란 테헤란으로 8년 만에 재취항하는 에어프랑스가 여성 승무원들에게 테헤란에선 스카프나 이슬람 베일을 쓰라고 지시했다. 승무원들은 반발했다. 승무원 노조 대표인 플로르 아리기는 “의무적으로 착용토록 한 건 잘못”이라며 “승무원들에게 비행을 거부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에선 공공 장소에서 눈만 드러내는 베일 착용이 금지되고 학교나 사무실에선 스카프도 안 되는 터라 반발 수위가 더 높다.

에어프랑스 논란이 비무슬림 여성이 이슬람 국가에 갔을 때 어떤 복장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라면, 세계적인 패션 업체들이 앞다투어 이슬람 패션을 내놓는데 대한 논쟁도 불붙었다.

이브 생 로랑의 오랜 연인이자 사업 파트너인 피에르 베르제는 최근 프랑스 라디오 유럽1에서 “디자이너는 여성을 감추고 숨겨진 삶을 살게 하는 독재자들과 협력하라고 있는 게 아니라, 여성들을 더 아름답고 자유롭게 하라고 있는 것”이라며 “(이슬람 패션을 선보여) 여성들을 노예화하는 디자이너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슬람 스타일의 옷을 창조하는 목적은 결국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자유의 편에 서야 하고, 이런 원칙은 돈보다 우선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영국의 무슬림계 작가인 셀리나 잔무함마드는 “우리가 패션도 결정 못할 정도로 독립적이지 않다고 여기는 건 우리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프랑스계 터키 디자이너인 에체 에게도 “이슬람 복장을 한 모든 여성이 노예라고 생각하는 것은 삶과 종교, 문화의 또 다른 양상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패션계에선 2년 전 프랑스 명품업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계열사 DKNY가 이슬람권 라마단(금식월) 차림을 내놓은 걸 시작으로 이슬람 패션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일본업체 유니클로는 이달부터 영국 런던 매장에서 이슬람 베일의 일종인 히잡(두건) 판매를 시작했다. 영국의 막스앤스펜서(M&S)는 무슬림 여성을 위한 수영복까지 공개했다. 일명 ‘부르키니’로 비키니와 부르카의 합성어다.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 돌체앤드가바나(D&G)도 수만 달러에 달하는 히잡과 아바야 컬렉션을 선보였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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