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시조기행〉우산동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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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층층 하늘속에
정을 쪼는 학의 부리 신라 1천년을
북돋운 산의 위세
저무는 회원대 위에
별빛 돋는 고향 하늘.
국사봉 속리를 불러
한 냇물에 발 담그고
대산루 기둥 마다
스며 푸른 학의 기운
슬핏한 우산동천에
깃을 접는 이 고요.
사십년 진흙속에
무릎까지 빠진 비애
끝없이 대끼며 내린
만송주 맑은 물을
그날의 정자 지붕엔
이끼 슬린 한나절.
상주반관 말발굽에
숨어 살던 호랑이가
국사의 시음소리에
꾜리 사린 장지 밖을
경적을 탄가루 홑뿌리며
첩첩 산을 가른다.
※주 우산동천= 선조가 왜적을 토벌한 반서 정경세에게 하사한 땅.
약력
▲1924년 경북상주 출생
▲40년 경북여고졸업
▲84년 『시조문학』추천 완료
▲시조집 『하늘문』 출간
▲한국시조시인협회·영남시조시인협회·소심회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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