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수성구, 벽치기유세 김부겸 vs 대로(大路)행 김문수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31일 오후 5시 40분, 대구 수성구 매호동 주택가. 아파트 창문을 흘낏 보며 마이크에 대고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한 남성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수성갑) 후보였다.

“야당이 무신(무슨) 빨갱입니꺼, 수도권에는 야당 의원이 많이 나오는데 왜 대구에선 안된답니꺼.”

그 때 아파트 6층의 창문이 열리고 누군가 고개를 내밀었다.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골목골목을 누비는, 이른 바 ‘벽치기 유세’ 전략이 먹히는 순간이었다. 김 후보의 골목 유세에는 선거송도, 선거운동원도 없다. 한 곳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야 5분. 김 후보 캠프의 이재관 공보팀장은 “언제 어디로 갈지는 후보밖에 모른다”며 “목소리가 잘 전달되도록 바람이 부는 방향까지 감안해서 차를 세운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무조건 반대만 하는 야당은 안 하겠다. 정부 여당이 하는 일이라도 필요한 거라면 야당을 설득하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아이의 손을 잡고 그를 지켜보던 주부 한소현(32) 씨는 “요번에는 좀 됐심 좋겠심더”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렇게 50여 곳을 누볐다.

같은 시각,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는 시·구의원 3~4명과 유세차를 타고 도로를 달렸다. 그는 “좌파 친노 세력에게 정권을 다시 넘겨줄 수 없다”며 “브레이크만 밟는 사람을 뽑아 대한민국 경제가 좋아지겠느냐”고 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신매동 신매초등학교 사거리에서도 1시간 넘게 집중 유세를 했다. 마침 ‘목요시장’이 열리는 날이라 인파로 북적였고, 빨간 옷을 입은 선거운동원들이 사방을 붉게 물들였다.

김 후보가 “여당이 한 게 모있노 이카는데 ‘한강의 기적’은 박정희 대통령이 한 거 아인교. 야당이 발목 잡으면 새누리당이 암 것도 몬합니다”라고 말하자 지지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유세를 지켜보던 주부 박숙자(65ㆍ만촌동)씨는 “경기도 지사를 해봐서 행정능력도 있고, 택시도 직접 몰아보신 분이니 서민들의 삶을 잘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는 김부겸 후보에게 지는 것으로 나온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10일이면 충분히 역전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옆 지역구인 수성을에선 불과 10여일 전까지 '같은 당 식구'였던 새누리당 이인선 후보, 그리고 이 곳에서 3선을 했으나 이번에 공천에서 탈락한 무소속 주호영 후보가 뜨겁게 경합 중이다. 이 후보는 오전 범물동 용지아파트 앞에서 출정식을 열고 “대구의 정치 1번지 수성구에서 새누리당 기호 1번 이인선이 압승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장소에서 오후에 유세를 한 주 후보는 “1번 찍으면 안됩니데이, 요번에는 5번입니더”라며 다섯손가락을 펴 보였다. 그는 “당선되면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겠지만 다음 선거도 무소속으로 치른다는 각오로 열심히 일하겠다”며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주민들의 표정은 복잡했다. 이경애(55)씨는 “중진 의원 한 명 더 있는게 대구에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으나, 송오준(72)씨는 “대통령이 하고싶은 일을 하게 해주려면 당 보고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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