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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오키스트러, 경영자는 지휘자다|기술개발앞서 장기안목의 경영도 중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단돈 9천달러를 밑천으로 첨단산업에투신, 미국 퍼스널 컴퓨터업계 랭킹 10위의 텔리 비디오 시스팀사를 일으킨 황규빈회장(48)은 해외에서 성공한 대표적 한국기업인.
『지난 75년 집 차고에서 처음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정말 어려움이 많았읍니다. 이국에서 아는 사람이 없으니 은행대출을 제대로 받을수 없었읍니다.
CRT를 생산하면서 기틀을 잡았지만 전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미국인들에게 나의 비전을 이해시키고 동의를 구하는데 여간 애를 먹지 않았읍니다.』
황회장은 이방인으로서 세계적인 컴퓨터업체를 일으키기까지 한국인 특유의 「또순이」 기질이 밑바탕이 되었다고 말한다.
『처음 CRT샘플을 들고 고국을 찾았을 때 거들떠보는 업체가 없었다』며 7개업체와 접촉한 끝에 간신히 대한전선을 설득시켜 생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지난날을 이야기한다.
미국의 젊은이들이 일으킨 벤처 비즈니스 중에는 경영과 마키팅을 소홀히 해 도산해버린 업체가 한 둘이 아니었다며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산한 제품을 효과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황회장은 자신을 가리켜『기술자로서 출발했지만 실패한 경우』라며 『대신 경영자로 성공한 셈』이라고 자평.
한국 컴퓨터업계의 배우려는 열의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황회장은 지난해 컴퓨터업계가 판매에 차질을 빚어 적자를 면치 못한 것을 지적하면서 『국제적 마키팅분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것』이라고.
황회장은 한국기업인들이 부족한 점으로 『장기적 계획하에 비전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는 자세』를 꼽는다.
기업을 오키스트러라면 경영자는 지휘자일 것이라며『창조의 과정 자체가 뜻있는 것이며 거기에 성공이 주어지면 더 바랄게 없을 것』이라는 지론을 편다.

<약력>
▲36년 함남흥남생▲68년 미 유타주립대 전기공학과졸▲73년 미웨인주립대 전자공학석사▲75년 텔리 비디오 시스팀사 설립▲81년 미 아카데미 골든 프라이즈 수상▲82년 미 하버드대 최고경영자코스 수료▲83년 텔리 비디오 코리아사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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