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康장관에게 이런 점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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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康장관과의 인터뷰는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적한 커피숍에서 1시간30분가량 이어졌다. 대북송금 특검 문제 등 무거운 주제뿐 아니라 사생활에 대한 그의 답변은 매우 솔직했고 거침이 없었다.

그는 만나자마자 아침 신문에 난 기사(전국 검사들에게 e-메일 보냈다는 내용)를 두고 "왜 나를 '문학소녀'로 만들었느냐"고 농담조로 항변했다.

춤 실력이 대단하다는 데 사실이냐고 묻자 그는 "법의 철학과 한국 전통문화의 세계관은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전통이 있다는 점에서 서로 통한다"며 전통문화 예찬론을 폈다. 그러면서 "40세 이전까지 무용가가 될까 고민했을 정도였다"고 춤 자랑을 한동안 했다.

1985년 서울가정법원 판사로 있을 때 승무를 배우는 등 지금까지 6~7년 동안 정식으로 전통 춤을 익혔다는 것이다. 특히 전통무용 가운데 살풀이춤을 그 방면의 권위자인 진주의 김수학씨를 사사해 일가견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대학시절 탈춤 동아리에서 활약하면서 국악에도 맛을 들였다는 그는 "사람의 가슴을 에이는 소리가 너무 좋아 '서도 민요'를 애창한다"고 덧붙였다.

요즈음에는 가곡 '님의 노래'를 한창 연습 중인데 "가슴에 사무치는 가사 때문"에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마음이 저려온다고 했다. 그리곤 나지막이 읊조렸다. '내마음 깊은 곳에 파도치는 그리움/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사랑하는 님의 노래….'

영화광(狂)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康장관은 '매트릭스'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평가했다. 영어 공부를 겸해 매트릭스 1편은 원본으로 열번 이상 봤고, 최근 개봉한 2편은 법무부 실.국장, 정책기획단 소속 검사들과 함께 감상했다고 밝혔다.

건강을 다지는 유일한 수단으로 집에서 틈만 나면 훌라후프를 즐긴다는 그는 바지 정장 차림이 가장 편안하다고 했다. 입고 있는 옷을 가리키며 "국산 중저가 옷"이라고 말한 뒤 "술값이나 밥값은 안 아까운데 옷값은 아깝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빚을 갚기 위해 내놓은 언니 집(서울 삼성동 빌라)이 팔렸느냐''폭탄주를 몇 잔씩 하느냐'고 거푸 질문하자 손사래를 치면서 "빚타령.술타령은 그만 했으면 좋겠다"며 자세한 이야기를 피하려 했다. 그러다 정색을 하고 "집은 내놓긴 했는데 안 나가서 걱정이다. 대책을 마련 중이다"며 한동안 말문을 닫았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벨소리는 '알함브라궁의 추억'이었다. 혼잣말로 "내년 여름께 알함브라궁이 있는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며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다음 일정이 있다며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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