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까군단』이 비틀거린다|「나까소네」정권지탱 일 자민당 최대파벌에 내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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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본의「나까소네」(중증근강홍) 정권을 지탱하고 있는 집권 자민당 내 최대파벌「다나까」(전중각영)파에 내분이 발생,「철벽같은 단결」을 과시해온 「다나까군단」의 결속에 틈이 벌어지고 있다.
내분의 발단은 파내의 실력자로서「다나까」전수상의 뒤를 이을 황태자로 지목돼온「다께시따」(죽하등) 장상이 파벌내의 자기 지지세력을 규합, 「창정회」라는 새로운 정치단체를 결성한 때문.
지난 7일 발족한 창정회에는 당초「다나까」파 의원 1백18명중 3분의2에 해당하는 80여명이 참가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충격받은「다나까」전 수상은 측근들을 동원, 창정회 와해공작을 전개함으로써 한때 험악한 분위기까지 갔으나 양측의 절충 끝에 「군단의 분열」은 피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 결국 창정회의 발족은 인정하되 그 성격을 순수한 연구단체로 하고 참가인원을 40명 정도로 제한한다는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졌다.
「군단분열」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했다하나 이번 사태는 「다나까」전 수상의 권위에 결정적 타격을 주었을 뿐 아니라 군단의 결속을 뿌리째 흔들어 놓음으로써 일본정국에 큰 파문을 던지고 있으며 앞으로의 정국운영에도 큰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다나까」파를 등에 업고있는 「나까소네」정권의 안부에까지 영향이 파급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께시따」장상의「다나까」전 수상에 대한 모반극(?)이 싹튼 것은 총재선거를 전후한 작년가을부터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행동에 옮긴 것은 연말인 12월25일.
이날 창정회의 중심멤버들이 은밀히 만나 구체적인 계획을 협의했음이 밝혀지고 있다.
모반극이라고 했지만「다나까」전 수상에게 정면 도전을 시도했던 것은 아니다. 다께시따 장상은 지난 1월27일 밤「다나까」전 수상을 가택으로 찾아가 자기가 중심이 되어 연구단체를 하나 만들겠다는 뜻을 전하고 허락을 받았다.
이틀 뒤인 29일 밤「다나까」소속 1∼2회 당선의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다나까」전 수상은 창정회 얘기가 나오자『모두 가입해도 좋다』고 권고까지 했다.
그러나 그 뒤에 창정회가 연구단체가 아닌「파중파」의 결성을 의미하는 것이며 추종자가 「다나까」파의 정예들로 80명을 넘는다는 말을 듣고는 불같이 화를 내고 와해공작을 지시했다는 얘기다.
가만히 있어도「다나까」파를 물려받게 될 것으로 알려진 「다께시따」장상이 따로 자기파벌을 만들려고 한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있다.
가장 큰 계기는 작년 10월 총재선출 때 「스즈끼」(영목선행) 전수상, 「후꾸다」(복전규부)전수상, 그리고 야당인 공명당·민사당까지 가세하여 추진된「니까이도」(일계당진) 총재옹립극이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니까이도」부총재는 같은「다나까」파의 원로로 현재「다나까」파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만약「니까이도」가 자민당총재가 되는 경우 다음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다께시따」로서는 닭 쫓던 개 꼴이 되고 만다.
더우기「니까이도」총재옹립극이 무산된 뒤에도 정가에는 「다나까」전 수상이 『다음 차례는 「니까이도」』라는 언질을 주었다든가, 『진짜 속마음에는「고또오다」(후등전정청) 총무청 장관을 점찍고 있다』는 등의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익은 감이 떨어지기 만을 기다리던 「다께시따」도 이런 사대에 직면하자 배짱을 정하고 루비큰강을 건너기로 작심했다는 얘기다.
「스즈끼」파의 「미야자와」(궁택희일) 자민당 총무회장이나 「후꾸다」파의 「아베」 (안배진태낭) 외상 등 수상경쟁상대들이 각기 자기파벌의 후계자로 공인받고 있는데 「다께시따」장상만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도 자극제가 됐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다께시따」장상은 83년 총선때 이미 80여명의 의원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하는 등 파벌내에서 막강한 실력을 과시했다. 그런데도「미야자와」나「아베」가 각기 자파의 회장대행이라는 직함을 받고 있는데 비해「다께시따」는 후계자라는 공인(직책)을 못받고 있다. 불안과 불만이 없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잖아도 「다나까」파 내에는 당내 최대파벌이면서「다나까」재판이라는 족쇄에 묶여 수상후보를 내지 못하고 늘 남의 가마만 메주는 처지에 불만이 고조돼왔다. 이들이「다께시따」가 내건 기치아래 모여 창정회라는「파중파」를 구성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해석일 것이다. 「다나까」파의 내분에 대해 다른 파벌들은 조심스럽게 관망하는 자세다. 그러나 정가의 소식통들은 「다나까」파와 맹우관계에 있는「스즈끼」파가 「타나까군단」의 위력저하를 걱정하고 있는데 비해 비주류인 「후꾸다」파나 「고오모또」(하본민부)파는 내심 박수를 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까소네」수상의 입장에서는 정권을 지탱해 주고있는「다나까」파가 흔들리는 것이 정권의 불안정을 초래한다는 위험요소가 되는 반면「다나까」를 컨트롤하기는 오히려 쉬워지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있다.
어쨌든 창정회의 발족으로「다께시따」장상은 앞으로의 총재경합에서 유력한 발판을 구축한 셈이며 자민당 내의 세대교체 무드가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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