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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 패스트, 박인비 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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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1위 골프선수, 리디아 고(19·캘러웨이). [사진 중앙포토]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19·캘러웨이)와 2위 박인비(28·KB금융그룹)의 시즌 첫 우승 경쟁은 리디아 고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2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 아비애라 골프장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기아 클래식 최종 4라운드. 리디아 고와 박인비는 침착한 플레이로 나란히 5언더파를 쳤다. 3라운드까지 둘의 격차였던 4타는 좁혀지지 않았다. 리디아 고가 합계 19언더파로 우승했고, 박인비는 15언더파로 2위를 차지했다.

둘은 모두 시즌 최고 성적표를 받았다. 준우승만 2차례했던 리디아 고는 시즌 첫 승을 거두면서 통산 11승째를 올렸다. 박인비는 지난 대회 컷 탈락 부진을 털어내고 시즌 첫 톱10에 올랐다.

박인비가 16, 17번 홀 연속 버디로 15언더파를 만들어 선두 리디아 고를 1타 차로 압박했다. 하지만 리디아 고는 승부처인 마지막 3개 홀에서 세계랭킹 1위다운 위용을 뽐냈다. 16번 홀 2m 버디로 2타 차로 앞서갔고, 17·18번 홀까지 3홀 연속 줄버디를 낚으며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그는 “리더보드를 보니 박인비가 추격하고 있었다. 더 집중했고, 마지막 3개 홀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혹독했던 동계훈련이 결실을 맺어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한 달간 클럽을 잡지 않았던 리디아 고는 올해 초부터 훈련에 전념했다. 남자 선수들 못지않은 체력훈련을 소화했고, 시즌 개막에 앞서 모든 준비를 끝냈다. 시즌 두번째 대회인 2월 코츠 챔피언십부터 출전한 리디아 고는 변함없는 기량을 뽐내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준우승 1번과 3위 1번을 더했다. 가장 나쁜 성적이 HSBC 위민스 챔피언스 15위였다. 시즌 초반부터 질주하는 기관차인 리디아 고는 지난해처럼 빠른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2015년 초반 5개 대회에서도 우승 1회, 준우승 2회를 기록하며 ‘패스트(fast) 스타터’ 의 면모를 뽐냈다.

반면 박인비는 자칭 ‘슬로(slow) 스타터’다. 예열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기량이 좋아지는 스타일이다. 올 시즌 개막전에서 허리 부상으로 기권하더니 시부상까지 겹쳐 3주간 클럽을 잡지 못했다. 그러나 박인비는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 올리고 있다.

리디아 고와 박인비는 지난해 나란히 5승씩 수확하며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올해도 둘의 라이벌전이 기대되는 가운데 리디아 고가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시즌 개막 전 둘의 세계랭킹 포인트 차는 11.23점-10.72점으로 0.51점 차에 불과했다. 하지만 28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리디아 고는 12.55점, 박인비 9.71점으로 격차가 2.84점까지 벌어졌다. 리디아 고는 23주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첫 메이저 대회가 시작되는 4월에는 본격적인 두 선수의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박인비는 “샷과 퍼트감이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았다. 중요한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 자신감을 찾은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박인비가 31일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에서 시작되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반격에 성공하면 세계랭킹 포인트 차를 다시 줄일 수 있다. 한편 챔피언 조에서 리디아 고와 함께 동반 라운드를 했던 박성현(23·넵스)은 합계 11언더파로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최종일 이븐파를 쳐 LPGA 투어 연속 언더파 행진을 9개 라운드에서 마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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