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디어 세상] 미디어 비평인가 조중동 때리기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공영방송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어떻게 봐야 할까.

DJ 정권땐 MBC가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선보이더니 노무현 정부에서는 KBS가 '미디어 포커스'라는 유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특정신문의 비판에 주력하는 프로그램을 주시청 시간대에 편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 중 한국 공영방송만이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까. 우리 신문이 그리 잘못이 많고 그 시정이 그토록 급한 것일까.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장호순 교수는 작년 '미디어비평을 비평한다'라는 글을 통해 MBC의 '미디어 비평'은 차라리 '조중동 비평'이라는 간판이 적합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미디어 전반에 대한 객관적.중립적 비평보다 정치적 편향성에 따라 특정 신문들만 집중 비판하는데 대한 따끔한 지적이었다.

선진 외국의 공영방송이 신문 비평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 방송하지 않는 이유는 방송은 기본적으로 오락매체이기 때문에 저널리즘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신문을 비판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둘째로 정권이 공영방송을 통해 신문의 '비판 저널리즘'을 위협하려 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다. 방송은 사기업인 신문과 달리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재산인 전파를 위탁.관리하기에 인허가권과 사장 등 인사권을 정부가 행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을 통한 신문비판은 정치적 목적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외국의 공영방송은 한국과 같은 미디어 비평 대신 특정 현안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가진 신문 언론인들이 출연토록 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할 뿐이다. 이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방송이 시청자들을 계도하려고 덤비지 않는다.

더욱 큰 문제는 최근 공영 방송의 정치 편향성이다. 매체비평 프로그램 외에도 이들 방송의 많은 시사.토론프로그램들이 '정치 편향' 또는 '정치 과잉'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KBS의 토요일 '생방송 심야토론'이나 MBC의 목요일 '100분 토론'에서 최근 다뤄진 주제들이 현 정부가 해명하고 싶어하는 주제라는 점이 우연의 일치만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KBS는 '생방송 시민프로젝트 나와주세요'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집 앞을 심야 생중계하는 해프닝을 벌여 방송을 정치적으로 희화하고 있다.

물론 TV에서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시비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다루는가이다. 외국의 공영방송은 우파 성향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면, 반드시 좌파 성향의 프로그램을 편성해 편파시비에서 벗어나고 있다.

최근 야당은 공영방송의 편파성이 심각하다며 MBC와 KBS2를 민영화, KBS 예산의 국회심의 등을 골자로 한 방송개혁안을 발표했다. 공영방송 스스로 정치인들의 도마 위에 오르기를 자초한 것은 아닌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김택환 미디어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