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화단 가꾸기가 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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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엊저녁도 막내녀석이 옆집친구는 지난 일요일 엄마 아빠랑 온천에 다녀왔다며 샘이나 엄마에게 투정을 부렸다.
사실 온 가족이 집을 멀리 떠나 본지가 꽤 오래 되었다. 2년 전 여름 영종도에서 하루를 보낸 것이 가장 긴 여행이 였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아이들과 아내에게 미안함을 금치 못한다.
건전여가생활을 지도하는 YMCA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남보다는 여가의 필요성과 효능에 대해 많은 관심과 이해를 갖고 있다. 또 각종 취미활동이나 레크리에이션 교육 등을 보급하고 새 영역을 개발하는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막상 나 자신을 위한 여가대책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일요일과 여름 휴가철 등 남들이 쉬는 여가의 황금기에는 더욱 바쁘게 일해야하는 것이 내 업무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내 가족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라도 하면 오히려 어색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남들처럼 가족과 함께 명승관광지률 여행하거나 그럴 듯한 취미생활을 하지는 못해도 우리가족 나름대로 즐기는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
잠깐씩 틈을 내어 봄에는 꼬마들과 함께 꽃씨를 심고 여름엔 화초에 진드기 물약을 뿜어주며 가을엔 꽃씨를 따서 정성스레 봉투에 모아둔다. 때로는 힘을 모아 개집을 수리하고 더러워진 어항이나 새장을 청소하기도 한다.
뭐니뭐니해도 우리 집 명물은 항상 조금씩 새는 연못과 언젠가 동대문 시장에서 구입한 비닐로 된 풀이다. 연못은 꼬마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비닐 풀은 수영장 한번 제대로 못 가는 아이들을 검고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우리 가족이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지난해 여름 일산 캠프장에서 개구리를 잡던 일과 가을에 교과서에서만 봐오던 방아깨비와 여치 등을 잡으러 근교에 다녀온 일이다.
잡혀온 놈들은 지금도 우리 집의 손바닥만한 뜰· 어느 구석엔가 숨어있을 것이다.
작은 녀석이 좀더 크면 바쁜 생활가운데서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평범함 속에서 보석처럼 작은 즐거움들을 찾는 지혜를 일깨워 주리라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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