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은어·속어 "사회상 날카롭게 풍자"|경희대 서정범교수 논문서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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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학가에서 유행하는 「참새」「개구리」 시리즈 등의 수수께끼식 속어는 대학생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한편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를 담고 있다.
이는 최근 서정범교수 (경희대·국어학)가 발표한 논문 『수수께끼식 속어를 통해서 본 대학생들의 의식세계』 (「학생생활연구」·84년12월호)에서 밝혀진 내용.
요즘 대학생들이 즐겨쓰는 퀴즈형 속어는 대충 5백3가지. 서교수는 이를 l8가지 유형으로 분류,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50년대부터 선뵌 「참새」시리즈는 80년대에 이르러 33가지로 늘어났다. 가지수가 늘어날수록 부부상·사회상의 풍자가 날카로와지는 것이 특징.
부부참새가 전선에 앉아 있다가 한쪽이 포수의 총에 맞아 떨어지면서 남긴말 『내몫까지 살아주』 (50년대·암컷)가 『어휴, 저걸 내가 어떻게 꼬신건데』 (80년대·수컷)로 변한 것은 시대에 따라 바뀐 부부간의 윤리의식을 대변하고 있다.
「참새」시리즈에 이어 11가지의 「생쥐」시리즈가 나왔다.
술독에 빠졌다가 나온 생쥐가 『고양이 새끼들 다나와』함으로써 생쥐(=서민)의 울분을 터뜨린다.
80년대에 등장한 속어중 대표적인 것은 「입이 큰 개구리」시리즈 (15가지).
여기에서 개구리는 약자 앞에서는 허세를 부리고 강자 앞에서는 아부하며 말만 앞세우는 인간성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한편 70년대부터 생긴 비인간적인 「식인종」시리즈가 58가지, 「드러큘러」시리즈도 14가지에 이르는데 산업화 및 도시화에 따른 인간정신의 황폐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또 80년대에 등장한 「돌도끼」 (나무젓가락을 입에 물고 있는 사람) 등의 「돌」시리즈는 사람을 돌에 비기고 있는데, 인간의 우열이 점수로 평가되는 대학사회의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대방을 바보로 취급하는 「IQ」 「컴퓨터」 「정신병자」시리즈도 70가지에 이른다. 이는 물질만능 풍조의 현대사회에 사는 젊은이들의 병적인 심리상태를 반영하고 있다. 못생긴 사람은 흔히 「으악카」등의 「카」시리즈와 「호박」시리즈로 비유한다.
또 「알간디 모르간디」 (인도의 유명한 점장이), 「조폐공사의 전속모델」 (세종대왕의 현대 직업)등의 명사시리즈도 51가지에 이르는데 공명심에 젖은 현대인의 심리를 지적하고 있다.
이밖에도 「제비집」 (카바레의 순우리말)등의 약어 (1백26가지)및 현대판 격언 및 속담(8) ,수수께끼(17)등도 많다.
서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대학가의 속어는 새것을 추구하며 변화를 바라는 대학생들의 욕망을 반영하고 있다』며 『신선해야하므르 그 생성과 소멸이 잦고, 웃음과 재치가 번득이는 게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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