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평 아닙니다, 59㎡가 1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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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지구 내 첫 재건축 분양단지인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전용 59㎡형의 분양가가 3.3㎡당 평균 4190만원에 확정됐다. 가구당 9억2900만~10억4900만원이다. 69가구 가운데 22가구의 분양가가 10억원 이상이다. 국내 집값을 선도하는 서울 강남권에 옛 25평형(59㎡형) 소형 아파트 ‘10억원 시대’가 열렸다. 비슷한 크기의 서울 아파트 평균 시세(3억5000만원)의 세 배에 가까운 가격이다. 소형 주택 강세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인기를 타고 몸값이 치솟았다.

소형 강세, 재건축 인기 타고
강남 소형 분양가 10억 시대

강남권에서 59㎡형의 가구당 분양가가 10억원을 넘은 건 2013년 11월 분양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가 처음이었다. 대부분 가구가 9억원대였는데 층·향이 좋은 4가구만 10억1000만원이었다. 그 뒤 분양가 10억원대 59㎡형 단지가 줄을 이었다. 지난해부터 서초구 반포동·잠원동, 강남구 삼성동에 나온 재건축 단지 모두 59㎡형 분양가를 10억원 넘게까지 매겼다. 지난 1월 분양된 잠원동 신반포자이는 최고 11억5890만원이었다.

시세가 10억원이 넘는 기존 아파트 59㎡형도 늘고 있다. 반포동 반포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자이가 지난해 이후 10억원을 돌파해 12억원까지 뛰었다. 지난해 9월 입주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는 11억원을 넘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비싼 중대형 주택 가격은 떨어진 반면 소형에 주택수요가 몰려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지난달까지 전용 60㎡ 이하 아파트값이 6.2% 올랐고 전용 85㎡ 초과는 떨어졌다.

분양시장에서도 소형 청약경쟁이 치열하다. 신반포자이 59㎡형의 경쟁률이 107.5대 1이었고 84㎡형은 14대 1 정도였다. 발코니 확장 합법화로 59㎡형이 과거 옛 34평형(84㎡형) 못지않게 공간이 넓어진 점도 소형 인기 요인이다. 요즘 59㎡형은 발코니를 확장하면 15~25㎡가량 공간이 더 넓어진다. 김혜경 대우건설 분양소장(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은 “가구원이 줄면서 굳이 큰 집의 필요성이 줄고 있는 데다 59㎡형에 3~4인 가구가 충분히 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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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이 잘 팔리자 분양업체가 3.3㎡당 분양가를 59㎡형에 비싸게 매기면서 소형 분양가가 뛰고 있다. 래미안 블레스티지 59㎡형의 3.3㎡당 분양가는 3716만~4196만원으로, 84㎡형(3526만~4114만원)이나 99㎡형(3387만~4047만원)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소형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주택 경기가 불확실한 요즘 상대적으로 가격부담이 적고 실수요층이 탄탄한 데다 환금성이 좋은 소형 선호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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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형 주택 공급이 크게 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소형 집값의 강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서울에서 주택건설 인허가를 받은 전용 60㎡ 이하 소형은 전체(10만여 가구)의 63%를 차지했다. 기존 아파트 거래시장에서 소형 비율은 40% 정도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소형 아파트값이 많이 올라 앞으로 투자성에선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황의영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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