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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사들 몰리는 판교 테크노밸리 작년 매출 69조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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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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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창업자들이 최근 판교의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5층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시 삼평동의 ‘스타트업 캠퍼스’. 22일 개장을 앞두고 막바지 손질이 한창이었다. 경기도가 ‘판교 테크노밸리’ 안에 1690억원을 투입해 만든 ‘창업 인큐베이터’다. 5~8층짜리 건물 3개에 연구동·실험동 등을 갖춘 전국 최대 규모다.

남 지사가 공들이는 ‘벤처 신 요람’
1002개 기업 둥지, 2800개 새 일자리
창업 돕는 스타트업 캠퍼스도 개장
“청년 꿈 펼칠 판 까는 게 정부 역할”

그만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기대감은 크다. 인터뷰 장소를 고르다 결국 이곳을 최종 낙점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대한민국은 중대한 전환기와 고비를 맞고 있다”며 “하지만 세계적으로 새롭게 만드는 제품, 국제 무대를 주름잡는 건 없다”고 탄식했다.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상징하는 기술 융합의 물결에서 크게 뒤졌다는 얘기다.

그 대안의 중심으로 생각한 공간이 바로 판교다. 66만㎡ 땅에 5조2700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테크노밸리에 현재 다음카카오·한국파스퇴르연구소 등 1002개 기업이 둥지를 틀어 ‘벤처의 신(新) 요람’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판교 밸리) 입주사 7만여 명이 거둔 매출만 69조원이고 일자리도 2800여 개가 생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우수한 인재가 몰려드는 최고의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이 바로 ‘스타트업 캠퍼스’다. 남 지사는 “(스타트업 캠퍼스가) AI·빅데이터·자율주행차 등을 꽃피울 생태계이자 오픈 플랫폼 기능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다른 창업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캠퍼스에 입주해 기술 개발, 법률 지원, 사업화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남 지사는 “그게 바로 공유적 시장경제”라고 역설했다. 그는 “금수저·흙수저 논란 없이 청년들이 실력·창의력·꿈을 통해 성장하는 마당과 판을 깔아주겠다”며 “바로 이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비슷한 공간이 없었던 건 아니다. 생태계 조성이라는 게 쉽지 않은 과제라는 얘기다. 남 지사는 일단 “관(官)이 개입해선 안 된다”는 소신을 밝혔다. 경기도는 인프라를 깔아주는 역할에 그치고 민간 기업이 실질적 주체로 나서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카카오톡을 만든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캠퍼스 총장’으로 영입해 운영의 자율권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 지사가 그리는 판교의 미래상은 ‘광대역’이다. 최근 정부와 경기도는 테크노밸리 북서쪽 인근에 43만㎡ 규모의 ‘창조경제밸리’를 추가로 지어 1600개의 첨단 기업을 통해 10만 명의 ‘융합 전사’를 키우겠다고 나섰다. 기존 테크노밸리, 스타트업 캠퍼스와 연결해 거대한 ‘생태계 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다만 남 지사는 “정부가 나서서 건물을 만든다고 창조경제가 일어나는 건 아니다. 생태계가 조성되고 참여자 사이에서 스스로 창조가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다양한 작업을 통해 판교를 ‘스탠더드(표준)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남 지사는 “애플은 스마트폰을 한 대도 안 만들지만 플랫폼을 만들어 외주를 주고 앉아서 돈을 번다”며 “이런 스탠더드를 만드는 나라가 강대국이고 지금까지 영국·미국 등이 주도해 왔다”고 말했다. 판교에 자율주행차 ‘테스트 베드’를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실제 도로 시험이 절실한 각국 업체들을 불러모아 인프라를 제공하는 대신 표준을 선점하겠다는 취지다. 남 지사는 “이걸 대한민국이 해야 하고, 경기도가 먼저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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