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성과 대기업이 따가…해외로 나가야 살 길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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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은 규모가 작다. 벤처가 살려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

취임 1년 정준 벤처기업협회장
“해외진출 최대 걸림돌은 영어
공용화 가까운 교육 혁신 필요”

취임 1년을 맞은 정준(54·사진)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벤처기업의 글로벌화’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벤처의 해외 진출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문제로 ‘언어의 장벽’을 꼽았다. “영어공용화에 가까운 영어 교육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다소 급진적인 발언이 나온 이유다. 정 회장은 “해외 유명 포럼에 가보면 한국 기업인이나 관료들이 영어 때문에 외국 사람과 네트워크를 쌓는데 주저하는 것을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또한 “AI 분야의 발달로 자동번역 기술을 이용하면 언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람도 있지만, 비즈니스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라고 꼬집었다.

벤처기업협회는 언어의 장벽 때문에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회원사를 위해 ‘글로벌 벤처 e-플랫폼’을 운영할 계획이다. ‘INKE(세계한인벤처네트워크)’와 같은 해외진출 지원기관과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벤처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정 회장은 “대기업 위주의 한국 시장에서 벤처는 살아남기 어렵다. 벤처는 해외로 나가야 성장할 수 있다“고 해외 진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부의 중소·벤처 지원 정책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쓴소리 했다. 정 회장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R&D에 투자하는 재원은 18조원 정도. 이 재원 중 15~17%가 중소·벤처기업에 투입된다. 정 회장은 “중소·벤처기업이 R&D를 통해 제품 생산 단가를 낮춰도 그 과실을 대기업이 따간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예로 들면서 “정부가 R&D 투자를 중소·혁신기업 위주로 해야 딥마인드와 같은 기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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