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1인당 ISA 가입액이 은행의 10배…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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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판매를 시작한 지 한 주가 지났다. 누적 가입자 수는 어느 새 65만명을 넘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8일 기준 ISA 누적 가입자는 65만8040명이다. 이 중 은행에서 ISA에 가입한 사람이 61만7215명(94%)으로 증권사를 통해 가입한 인원 (4만643명·6%)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가입액수에선 양상이 달랐다. 증권사 ISA가 1219억원으로 전체(3204억원)의 38%를 차지했다. 특히 1인당 ISA 가입액수는 증권사가 평균 300만원으로 은행(32만원)의 약 10배에 달했다. 이는 고객 수 채우기 경쟁에 나선 은행의 ISA 계좌 상당수의 1인 가입액이 1원~1만원에 불과한 이른바 ‘깡통계좌’인 경우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직원들이 1인당 약 100건의 ISA 계좌 개설 할당량을 채우려고 소액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소액 예약 고객의 수가 줄면서 가입자 수가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일 ISA 가입자 수는 출시 첫날인 14일 32만2990명에서 18일 7만1759명으로 계속 줄고 있다. 한 증권사 은행업 연구원은 “일본의 ISA(NISA)의 경우 현재 가입 고객의 절반 이상이 시판 처음에 가입한 고객이다 보니 은행을 중심으로 과당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며 “0.1~0.7% 수준의 판매 수수료만 받는 국내은행 역시 고객 수익보다 고객 유치에만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ISA 판매 유형별로는 신탁형이 3146억원으로 일임형(58억원)보다 훨씬 많았다. 이는 ISA판매 초기여서 고객들이 일임형 ISA의 운용 성과를 신뢰하지 못하고, 현재까진 은행이 일임형 ISA를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신탁형은 고객이 직접 ISA 계좌에서 자산 운용에 대한 지시를 내리는 상품이다. 일임형은 ISA계좌를 판매한 회사가 직접 고객의 자산을 관리한다. 은행은 일임업 등록을 마무리하는 대로 일임형 ISA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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