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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판 ‘수퍼 선데이’ 메르켈 패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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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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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독일 지방선거에서 약진한 ‘독일을 위한 대안’의 프라우케 페트리 대표(왼쪽). [AP=뉴시스]

독일판 ‘수퍼 선데이’로 불린 13일 3개 주 지방선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일격을 당했다. 자신의 기독민주당(CDU)은 물론 대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도 주저앉았다. 대신 그 공백을 반(反)난민을 내세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채웠다. 메르켈 총리의 포용적 난민 정책에 대한 성난 민심이란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3개 주 선거, 반난민 극우당 약진
17일 EU·터키 합의안 통과 불투명

이날 선거에서 CDU는 인구 224만 명의 작센안할트 주에서만 1위(29.8%)를 차지했다. 1072만 명으로 인구 기준으로 독일에서 세 번째로 큰 주인 바덴뷔르템베르크(27%)와 401만 명의 라인란트팔츠(31.8%)에선 2위에 그쳤다. SPD의 성적표는 더 초라했다. 라인란트팔츠에서 1위(36.2%)에 올랐다곤 하나 나머지 두 지역에선 4위로 추락했다.

반면 2013년 창당한 AfD는 약진했다. 반 난민 정서가 강한 구 동독 지역인 작센안할트에서 24.2%로 2위에 올라섰다. 나머지 두 곳에서도 10%대의 3위 정당이 됐다. 이로써 독일 전체 16개 주의 절반에서 원내 정당이 됐다.

이번 선거는 난민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로 여겨졌다. 3개주라곤 하나 구 동·서독 지역이 모두 포함된 데다 인구의 20%가 참여해서다. 100만 명의 난민이 독일 땅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비교적 규모가 큰 첫 선거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론 “집권당에겐 블랙 선데이”(시사주간지 슈피겔)가 됐다. 포용적 난민 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듯하다. 대중지 빌트는 “메르켈은 다음 총선에도 대표로 나설지 올해 말까지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독일 밖에선 ‘독일의 헤게모니(패권)’란 말이 나올 정도였던 메르켈의 입지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그 첫 시험대가 17일부터 양일간 열리는 EU-터키 정상회의에서 메르켈식 해법이 추인될지 여부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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