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당 가상번호 여론조사 특허 침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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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가상번호(안심번호)를 활용한 후보 여론조사를 실시중인 가운데 “안심번호 여론조사방법 특허권을 침해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전에서 광고물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규진(63)씨는 “정당이 특허권자인 내게 아무런 양해나 설명없이 가상번호 여론조사방법을 무단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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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진씨가 ‘가상번호를 활용한 휴대전화 여론조사 시스템 및 방법’ 특허증을 들고 있다. 김방현 기자

김씨는 2012년 6월 8일 ‘가상번호를 활용한 휴대전화 여론조사 시스템 및 방법(특허번호 제 10-1156923)’을 특허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선거 때마다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과 유선전화와 휴대전화를 함께 사용함에 따른 부정확한 여론조사 논란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가상번호 여론조사 방안을 생각해 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상번호는 택배업계 등에서 이미 일부 사용했지만 이를 선거 여론조사에 활용하자고 한 게 내 특허의 핵심 포인트”라며 “가상의 전화번호를 한정된 기간에만 사용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침해를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 등 주요 정당은 가상번호로 총선 후보경선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14일 현재 새누리당이 175곳, 더불어민주당이 59곳의 선거구에 대해 안심번호를 신청했다.

공직선거법(57조 8)에 따르면 가상번호는 정당이 선관위에 요청해야 얻을 수 있다. 선관위는 다시 이동통신사에 번호 제출을 요구한다. 이동통신사는 실제 이용자의 휴대전화와 자동으로 연결되는 11자리의 임시번호(050으로 시작)를 만들어 선관위에 제출한다. 휴대전화 이용자의 성별·연령·거주지 정보도 중앙선관위에 함께 제공한다. 정당은 이동통신사에 전화번호 사용료(개당 330원)를 지급한다.

이와 관련, 김씨는 “지난 2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중앙선관위에 특허 침해에 대한 내용증명을 기관 별로 2차례 보내고, 권리 침해에 따른 보상 등을 요구했지만 정당측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며 “국민을 대표하는 정당이 개인의 권리를 무시하는 게 납득이 안된다”고 했다. 김씨는 조만간 특허침해 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특허권을 둘러싸고 김씨가 제기한 내용을 이동통신사와 각 정당에 전달했다”며 “선관위가 여론조사를 직접 하지 않기 때문에 권리침해 여부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황규필 조직국장은 “안심번호는 택배회사 등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어 새로울 게 없고 안심번호 여론조사 방법은 지난해 여·야 국회정치개혁 특별위원회에서 도입하기로 결정한 사안”이라며 “특허침해 문제를 검토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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