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 악몽 대구, 이젠 물산업 이끈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70호 1 면

지난해 4월 대구시 달서구 대천동의 2층짜리 서부하수처리장 건물 옥상에 중국 관료와 기업인 40여 명이 올라섰다. 그들의 눈앞에는 악취 풍기는 하수처리시설 대신 축구장 11개 면적(8만1744㎡)을 넘어서는 광활한 태양광발전시설이 펼쳐졌다. 하수처리조는 덮개로 덮어 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하수처리장 주변으로는 연분홍빛 벚꽃이 마지막 꽃잎을 떨구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본 중국 관료들은 “중국이 가야 할 미래가 여기에 있다”며 탄성을 질렀다.


1인당 소득(GRDP) 전국 시·도 중 최하위. 인구가 매년 평균 1만2000명 이상 순유출되며 그중 64%가 청년층(20~34세). 대구시가 최근 10여 년 동안 받아 온 성적표다. 이쯤 되면 ‘절망의 도시’로 불러도 무방해 보인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 ‘헬(hell) 대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구시내 7개 하수처리장은 최근 수년간 중국을 필두로 한 외국 관료·기업인들의 순례지로 떠올랐다. 2014년 7월 이래 모두 31차례, 413명의 해외 VIP들이 다녀갔다. 대구 동쪽 끝 첨단복합의료단지에는 의료·제약 관련 기업과 연구소가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고 있다. 서남쪽 달성군에는 대구국가산업단지와 물산업클러스터, 대구테크노폴리스가 조성되고 있다.


대구시는 올 연말을 목표로 물과 의료·에너지산업을 중심으로 한 ‘대구 미래비전 2030’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가 이끌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미래형 자동차 개발 등도 포함돼 있다. 이미 성과가 나기 시작한 곳도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시는 하수 슬러지 처리 전문기업 엔바이오컨스와 함께 중국의 환경수도로 떠오르고 있는 장쑤(江蘇)성 이싱(宜興)에 진출해 한·중 합작기업을 만들었다. ‘똥물’ 금호강을 수달이 돌아온 깨끗한 강으로 바꾼 노하우를 수출한 것이다. 대구시의 이 같은 성공 경험 모델은 한국의 또 다른 수출상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는 “그간 제멋대로 뻗어 나간 세계 도시들을 지속 가능한 생태도시로 탈바꿈시키는 게 향후 15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를 형성할 것”이라며 “한국은 그간 성장 과정에 습득한 능력을 토대로 생태도시 건설 패키지를 해외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또 중국 상하이(上海) 등 세계 주요 도시와 협력해 대구를 불법 브로커가 없고 안전한 명품 의료관광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2030년까지 의료관광객 연간 1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또 태양광과 풍력·소수력·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와 LNG복합발전으로 원자력발전소 2기 이상의 발전 능력(2.5GW)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는 청년이 떠나는 쇠락한 도시였지만 친환경 신성장산업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해 청년들이 돌아오는 도시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시리즈 14, 15면


특별취재팀=강찬수·최준호·문희철 기자?joo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