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한의 정부 요인 해킹' 경각심 갖고 대처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북한이 정부 주요 인사 수십 명의 스마트폰을 해킹하고, 2000만 명이 사용하는 공인인증서 보안업체의 내부 전산망을 한때 장악했다고 국정원이 발표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빠르고 넓게 확산되고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정원은 어제 최종일 3차장 주재로 국무조정실과 미래창조과학부·국방부 등 14개 부처 국장급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국가사이버안전 대책회의를 열었다.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달 말부터 3월 초 사이 정부 주요 인사의 스마트폰을 악성코드 문자메시지로 공격한 뒤 해킹된 스마트폰에서 문자메시지·음성통화 내용 등을 가져간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염 스마트폰을 통해 다른 정부 인사들의 전화번호가 추가로 유출돼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또 보안업체 내부 전산망이 한때 장악됐고, 국내 대부분의 금융기관에 인터넷뱅킹용 보안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업체의 전자인증서(코드 서명)도 북한에 탈취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이버 공격은 2013년 ‘3·20 사이버 테러’와 같은 대규모 사이버 테러의 준비 단계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해킹당한 정부 인사들이 주로 외교·안보 라인이란 점에서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우리 정부의 동향을 엿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물론 사회 전체가 북한 사이버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대응 방안을 세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관계 부처들이 전력·교통·통신·금융·국방 등 분야별 대응 상황을 점검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정부 주요 인사라는 이들이, 그것도 외교·안보 라인이 무심코 클릭해 악성코드를 내려받았다는 건 보안의식 전반에 구멍이 뚫렸음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매번 사후 대책만 세우겠다고 하는 정부 자세도 온당치 못하다.

북한은 핵과 사이버 전력을 주요 비대칭 전력으로 키워왔다. 청와대는 사이버전 컨트롤타워로서 책임을 인식하고 장·단기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치밀하게 수립해야 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도 한두 번임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