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10년 만의 통합우승 노린다…포스트시즌 10일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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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우리의 우승을 예상하지 않았다.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우승하겠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10년 만의 통합우승을 노린다. 10일 정규리그 3위 삼성화재와 4위 대한항공의 준플레이오프(PO) 단판 경기를 시작으로 프로배구 포스트시즌이 시작된다. 준PO 승자는 2위 OK저축은행과 12일부터 PO(3전2승제)를 치른다. PO 승자는 18일부터 1위 현대캐피탈과 챔피언 결정전(5전3승제)을 펼친다.

8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열린 2015-2016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는데, 우승을 경험했던 선수는 윤봉우 플레잉 코치 한 명 뿐이었다. 그만큼 선수들의 우승에 대한 마음이 간절했다"며 "(18연승을 기록하며) 기세가 좋지만 방심하면 안 된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안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겸손한 마음으로 경기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개막전 우승후보로 꼽히지 않았다. 한국 배구계에서 생소한 전 선수가 공격과 수비에 가담하는 스피드 배구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 오레올 까메호(쿠바)는 3년 전 LIG손해보험(현재 KB손해보험)에서 뛰었지만 활약이 미비해 재계약을 맺지 못했다. 베테랑 세터 권준형을 KB손해보험으로 보내고 신예 세터 노재욱을 데려오는 등 변화의 바람이 컸다.

하지만 조직력이 갖춰지면서 시즌 막판 프로배구 사상 최다 연승(18연승) 기록을 세우면 우승을 확정했다. '어록제조기' 최 감독은 "무용지용(無用之用·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실은 쓸모있다는 뜻)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시즌 전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큰 쓰임을 할 수 있는 팀이 됐다"며 "우리 기세가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규리그를 우승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는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이었다. 세계적인 공격수 로버트랜디 시몬 아티가 건재했고, 지난 시즌 큰 경기 경험을 쌓은 국내 선수들이 한층 실력이 업그레이드 됐다. 하지만 주전 세터 이민규가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정규리그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해설위원을 했던 달변가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이날 미디어데이에선 말을 아꼈다. 김 감독은 "선수들 부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서라도 포스트시즌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다"며 "그래도 부상때문에 못했다는 건 핑계다. 현재 우리 팀이 가장 필요한 건 '신뢰'다. 서로 믿고 의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규의 공백을 메워주고 있는 세터 곽명우도 "감독님의 지시를 잘 따르게 우선이고 그 다음 선수들이 믿고 플레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준PO에서 반드시 이겨야 다음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의 각오는 강렬했다.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핵심 공격수 괴르기 그로저가 경기에 나오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우선 포스트시즌 진출이 목표였다. 포스트시즌만 진출하면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10일 경기에서 지면 시즌이 끝난다. 그 경기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주전 세터 유광우는 "올 시즌은 어느 시즌보다 많이 힘들었다. 지금은 개개인의 실력보다는 팀이 하나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 마이클 산체스가 부상으로 아웃되고 김종민 감독이 사퇴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대한항공도 준PO 단판 경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주장 한선수는 "어렵게 올라온만큼 선수들 모두 부담갖지 않고 플레이했으면 좋겠다"며 "내가 토스만 잘하면 공격이 잘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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