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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총선 뒤 나를 몰아낸다고? 일부 친노세력 희망일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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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종인(얼굴)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총선 후 (당에) 새로운 리더십이 만들어질 것”이라 고 밝혔다. 김 대표는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삼고초려해서 온 게 아니라 정권 교체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해 (더민주에)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종인, 본지와 인터뷰
안철수가 싫다면 통합 못 해
당 차원 선거구 나눠갖기 안 해

특히 당에 친노 패권주의가 남아 있다는 주장에 대해 “당 대표 자리도 내놨으니 패권을 부릴래야 부릴 수 없지 않으냐”며 “비대위가 공천권을 장악했으니 숨어 있다가 선거 후 싸움을 벌일 수 있다는 얘기는 일부 친노 세력의 희망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총선이 끝나면 김 대표를 몰아내고 과거로 돌아갈 것’이란 예측에 대해서도 “그런 상황은 올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런 생각은 착각”이라고 못 박았다.

김 대표는 공천 물갈이와 관련해 “바꿀 수 있는 한 바꿔 보는 것”이라며 “ 국민이 저 사람 정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공천위원회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에 인적자원이 풍부하지 않아 당선 가능성이 제일 중요하다”면서도 “(공천 결과가) 미흡하면 대표로서 정치적 판단을 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야권통합을 거절한 데 대해 “죽어도 싫다면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선거구를 나눠 갖자는 연대는 절대로 안 한다. 개별 지역구에서 후보끼리 양보하는 건 몰라도 당 차원에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서울 등 수도권에선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싸움인데, 유권자들이 3번을 찍어 사표(死票)를 만들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대표를 겨냥해 “제가 2012년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문 후보와 함께 다니는 동안 김 대표는 박근혜 후보와 함께한 분”이라고 공격했다.

대통령 꿈꾸는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해 본 사람이요, 내가. 얘기해 보면 대번에 아는데 지금은 전혀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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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6일 국회 대표실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총선 후 누가 당을 이끄느냐에 따라 (당 체질에) 변화의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경빈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야권 인사들 중 누가 차기 대통령감이냐고 묻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을 통해) 새 인물이 등장할 수 있고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말했듯이 정치권에서 대통령 꿈을 꾸는 사람은 한 번쯤 그를 찾은 일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조언을 구했고,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캠프에 그를 끌어들였다. 난생처음 정당 대표를 맡은 상황에 대해 묻자 “창당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며 웃었다. 다음은 주요 문답.

더민주에 온 지 40일 됐다. 희망이 보이나.
“한동안 나락에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가 외연은 안정되는 모습을 보여 다행이다.”
여전히 친노 패권을 걱정하는 소리도 있는데.
“(문재인 전 대표가) 대표 자리도 다 내놓았는데, 패권 부릴래야 부릴 수 없지 않나.”
선거 끝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그런 상황은 올 수 없을 거라고 분명히 얘기할 수 있다. 지금 비대위 체제가 공천권을 장악하고 있으니 숨기고 있다가 선거 끝나면 한바탕 할 수 있다는 건데 그런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야권통합이 물 건너갔다.
“억지로 할 순 없다. 선거가 다가오면 유권자가 1번, 2번 둘 중에서 판단할 거다. 제3의 번호로 사표(死票) 만들진 않을 거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받을 거라고 생각했나.
“그 사람 여러 번 봐서 잘 안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합당한 뒤 하도 보자고 해서 봤다. 그런데 전에 봤을 때랑 변한 게 없어. 그 사람에 대해선 더 이상 개인적으로 공격할 생각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유권자가 평가할 거다.”
총선 결과 승패의 기준은 몇 석인가.
“야당이 분열해 과반은 어려울 것 같다. 현 의석(107석)만 확보하면 책임은 다했다고 본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나.
“1차적으로 내가 져야겠지.”
호남에서 선전할 수 있을까.
“호남 분들은 호남 전체도 화합하지 못한 광주·전남 일부 의원들로 호남당을 하는 걸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결국 나라 전체를 보고 가는 정당을 지지할 거다.”
대선 두 번, 총선 두 번, 그리고 재·보선에서 야당이 계속 졌는데 이유가 뭔가.
“내부 갈등만 있지 일치된 모습으로 선거에 임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러니 질 수밖에.”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다수 의원은 침묵하고 목소리 큰 사람이 떠들면 당의 결론처럼 돼왔다. 지도부가 판단할 일을 지도부 따로 원내 따로 놀아선 제대로 된 목소리를 국민에게 전달할 수 없다.”
기존 지지층만으론 총선에서 이기기 어려운데 확장할 방법이 있나.
“요새 내가 하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 정당이 세상 변화에 적응하지 않고 패거리로 국회의원이나 즐기겠다고 하면 끝장나는 거다.”
다음 대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만한 사람이 현 야권에 없다고 했는데.
“그렇게 봤다.”
문재인 전 대표는 가능성이 없나.
“그 양반도 열심히 해서 지금보다 지지도를 향상시키면 가능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패거리를 거느리고 있다고 대통령이 되는 건 아니다.”
다음 대통령은 어떤 자격 갖춰야 하나.
“한 나라의 리더가 되려면 갖출 조건이 많다. 글로벌 세상이어서 국내에 국한해서는 나라를 꾸릴 수 없다. 다양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 경제 지식도 있어야 하고, 나라 미래를 위해 교육도 알아야 하고, 우리나라의 심각한 과제가 저출산이니 이런 등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머릿속에 있어야 한다. 그럴 준비가 안 된 사람이 대통령을 하겠다는 건 국민을 또 한 번 속이는 거다.”
직접 해 보실 생각은 없나.
“(정색하며) 그런 소리 나한테 하지 마. 지금껏 살아오며 자리를 추구한 적 없어.”
다음 대선 때 역할을 하나.
“내가 무슨 역할을 해. 총선 뒤 당 모습이 어떠냐에 따라 내 스스로 입장을 정리할 거요. 무슨 패거리가 또 등장해 옛날 같은 모습이 된다면 그 순간 나는 여기에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그건 분명히 얘기할 수 있다.”

원포인트로 정치하는 사람 어디 있나”

김종인 대표의 총선 후 거취가 궁금했다. 그래서 ‘원포인트 릴리프(한 명의 타자만 상대하기 위해 등판한 구원투수)로 오셨느냐, 아니면 총선 후에도 남아 있을 거냐’고 물었다. 김 대표의 답변은 간명했다. “정치를 원포인트로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비례대표 출마설’에 대해선 “문재인 전 대표가 찾아와 (비대위원장을) 처음 제안하며 비례대표 얘기를 꺼낸 것은 맞다. 그러나 ‘그런 걸 얘기할 거면 가라’고 했다. 당에서 ‘비례 안 한다’고 선언하라는 주장도 있는 걸 아는데 내게 엄청난 실례를 범하는 것”이라고 정색했다. 당에서 제안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그 판단은 그때 가서 하겠다”고만 답했다.

공천 기준에 대해선 “정당이 선거에서 지면 그만”이라며 “윤리 기준 등등이 있지만 당선 가능성이 가장 위”라고 강조했다. 철저한 현실론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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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탈당한 홍의락 의원 등 컷오프 대상자를 구제할 순 없나.
“ 봉투를 안 뜯었으면 했다. 하지만 뜯고 난 후에는 방법이 없다. 원칙을 깰 순 없지 않나.”
정운찬 전 총리는 영입 안 하나.
“본인이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총리까지 한 사람인데….”
당선 가능성은 있는데 당 전체 표를 깎아먹는, 이른바 강경파에 대해선 어떻게 하나.
“공천위원회가 알아서 할 거다. 국민이 저 사람 정도는 최소한 바뀌어야 한다는 것 있을 거 아닌가. 결과를 보고 얘기하면 된다.”
비례대표 후보 공천 기준은.
“대선에서 집권 가능성을 보여주는 얼굴을 분야별로 제시해야 한다. 허명인 사람이 너무 많다. 실질적으로 정책을 개발할 수 있고 실천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만난 사람=박승희 정치국제에디터 겸 정치부장,
정리=김성탁·이지상 기자 sunty@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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