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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왕' 트럼프…미국사회에 트럼프 불안증까지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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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연일 잘못된 철자를 구사해 구설에 올랐다.

트럼프는 5일(현지시간) 캔자스주 위치토 유세에서 "크루즈가 유권자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주)을 공격했다. 트럼프는 환호하는 청중들에게 "거짓말하고 있다(lying)를 어떻게 표기하죠"라고 물은 뒤 'L-Y-E-N'이라고 한 글자씩 철자법에 어긋난 단어를 외쳤다.

트럼프는 지난달 26일 트위터에 "모든 여론조사가 TV토론의 승자로 나를 꼽았다. 큰 영광이다", "경량급 루비오는 대통령 감이 아니라 꼬마로 보였다"고 쓰면서 '영광'이란 단어 'honor'를 'honer'로, 경량급(lightweight)은 'leightweight'로 잘못 적었다.

이날 미리엄 웹스터 사전 트위터에는 "'honer'는 날카롭게 갈 수 있는 도구라는 뜻이고 'leightweight'는...이건 우리도 답이 없다"는 글이 올라왔다.

트럼프는 ‘실전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를 뜻하는 초커(Choker)도 'chocker'라고 잘못 썼다. 지명·인명도 종종 틀린다. 그는 지난 4일 캔자스주 위치토(Wichita)라는 지명을 쓰면서 'Witchita'라고 썼다. 이 단어가 '마녀(Witch)'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네티즌들은 "트럼프가 쓴 위치토는 서쪽 마녀가 사는 오즈(OZ, 오즈의 마법사에 비유)에 있나 보다"라고 조롱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 웹사이트는 트럼프 공개 지지를 선언한 세라 페일린(Sarah Palin) 전 알래스카 주지사 이름을 'Sara'로 잘못 표기했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주)은 "트럼프가 철자를 모르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글을 올리는 모양"이라고 조롱했다.

과거 영어권 정치인 중에도 철자법을 틀려 망신당한 이들이 있었다.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더 나은 미국(A Better America)'이란 표어에서 미국을 'Amercia'로 표기했다가 여론의 공격을 받았다.

1989~93년 부통령을 지낸 댄 퀘일은 92년 뉴저지주의 한 교실에서 감자(potato)란 단어를 적으며 ‘potatoe’라고 쓴 뒤 학생이 제대로 쓴 철자법을 고쳤다가 욕을 먹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노동당 후보에게 보낸 친필에서 3번이나 '내일(tomorrow)'을 'toomorrow'로 잘못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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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정치인들이 잘못된 맞춤법을 사용해 구설에 오르는 경우가 있었다. 2007년 6월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 후보가 현충원을 방문해 '당신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읍니다. 번영된 조국, 평화통일을 이루는데 모든것을 받치겠읍니다'라고 방명록에 적었다.

'읍니다'는 옛날 방식 표기로 현재는 '습니다'로 쓴다. 또한 모든 것을 '받치겠다'가 아닌 '바치겠다'가 옳은 표기다. 안철수 전 후보도 ‘꿈꿈니다’, ‘덕을 배풀어야’라고 틀리게 방명록을 써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맞는 표기는 '꿈꿉니다', '베풀어야'다.

한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까 걱정하는 '트럼프 불안증'을 호소하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50년대 매카시즘(극단적 반공주의) 광풍에 맞먹는 공포라는 게 WP의 지적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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