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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 서비스…뛰는 은행, 기는 증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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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고객들의 돈을 맡아 각종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자산관리 서비스' 분야에서 은행과 증권사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은행들은 다음달부터 방카슈랑스(은행.보험 겸업)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자산관리를 담당해온 기존의 '프라이빗뱅킹(PB)' 부문의 재정비에 나섰다.

반면 증권사들은 본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인 일임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종합관리계좌)를 도입키로 했지만 주식주문 방법을 놓고 투신사와의 의견 차이로 시행 시기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은행 PB사업 재정비=PB란 은행이 고액 자산가의 자산을 예금.주식.부동산 등에 투자해주는 서비스다. 국내에선 1992년 한미은행이 처음 도입해 지금은 대부분의 은행이 취급하고 있다.

최근 은행.증권의 경계가 점점 없어지면서 은행 창구에서 증권사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고, 다음달부터는 보험상품을 팔 수 있게 됨에 따라 은행들은 조직을 신설하고, PB 대상 고객의 기준을 조정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9월에 개설하는 PB센터를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의 전용센터로 운영키로 했으며, 제일은행도 지난달 초 PB사업본부를 신설했다. 하나.국민은행은 PB고객 기준을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올해 초 PB사업을 시작한 씨티은행은 금융자산 10억원, 종합자산 50억원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하반기에 본격 PB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지지부진한 증권사=증권사는 지난 2월 말 증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일임형 랩어카운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

2001년 초 도입된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고객의 투자를 도와주는 역할에 머물렀지만,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증권사 자산관리사(FP)가 주식.채권은 물론 주가지수 선물.옵션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

증권사의 명성과 FP의 능력에 따라 예탁자산의 규모와 수익률이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랩어카운트의 성공 여부가 증권사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대우증권 자산운영팀 이기헌 팀장은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국내 자산관리 부문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맞춤형 자산운용 상품"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주식의 '포괄주문' 허용 여부를 놓고 증권사와 투신사간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시행이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포괄주문이란 고객이 맡긴 돈을 관리하는 증권사 FP가 고객 계좌별로 주문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삼성증권 아너스영업팀 우성민 과장은 "고객별로 주문을 낼 경우 매입단가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주식관리에만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투신사는 일임형 랩어카운트에서 주문을 한꺼번에 낼 경우 펀드를 운영하는 것과 같아지며,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유사 투자신탁 행위와 다를 게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는 "증권사와 투신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라"는 입장이고, 랩어카운트 시행에 따른 감독규정을 손봐야 하는 금융감독위원회도 5개월째 결정을 미루고 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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